“창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기존의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이나 영향지수 등 숫자를 들이대면 좋은 점수가 나올리 없죠. 퍼스트무버(개척자)가 되려면 평가심의나 과제선정 방법이 달라야 합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뇌인지과학 전문가인 김기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생체신호센터장은 “과제에 따른 선정·평가에 대한 인식의 폭과 시각이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과제 선정이나 평가 시에도 심사위원이나 평가위원을 기록으로 남겨 3년마다 과제 결과 및 이력을 추적하고 잘됐으면 상을, 못됐으면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친소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평가방식으로는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학창시절 늘 수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고등학교는 2년 만에, 대학은 3년 만에 월반을 통해 졸업했다. 서울 동북고 출신에 KAIST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땄다. 당시는 일반고에서는 전교생 가운데 서너 명만이 KAIST를 진학할 정도로 대접받던 시절이다.
“대학원 시절 원자현미경과 자기공명을 합쳐 현미경을 개발했는데, 마땅한 이름이 없었습니다. 자기공명힘현미경(MRFM)이라는 걸 처음 만들어 이름까지 지었죠. KRISS에 들어와 초전도 생체자기 측정이나 자도 등의 연구가 꽃을 피우게 된 배경이 됐습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08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뇌전증(간질), 뇌종양, 뇌졸중 환자의 뇌수술 위치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원자 자력계 기반 뇌자도 장치를 개발했다. 비싼 액체헬륨 대신 초고감도 원자 자력계를 이용했다.
지난 2010년엔 KRISS 사상 처음 해외에 기술이전했다. 독일 바이오마그네틱파크 (Biomagnetik Park)에 심자도 측정 관련 원천기술을 이전하고 당시 받은 기본착수료가 15억원이다. 러닝 로열티까지 포함해 수익을 추산하면 3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심자도 측정기술은 극미세 자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스퀴드(SQUID) 센서를 이용해 심장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허혈성 심근질활이나 부정맥 등 전도장애에 의한 심장질환 등도 측정이 가능하다.
최근엔 뇌의 기능들이 뇌파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는 모습을 영상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시도는 핵자기공명(MRI)가 11T(테슬라·자기장 단위)장치까지 개발됐지만, 김 센터장은 뇌파자기공명 방식으로 자기장 세기를 100만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정밀 자기장 측정 수준은 우리가 세계 톱입니다. 실험실이 20~30년간 흔들리지 않고 존속돼 그대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최근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극저자장 핵자기공명 연구를 통해 새로운 분자구조를 분석하는 일을 추진해 갈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