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수급 이상무]<2회>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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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대교에서 하동으로 새로 난 해안도로가 하동화력본부까지 쭉 뻗어 있다. 남해 절경에 넋을 잃고 달리다보면 어느 새 하동화력본부 정문이다. 정문을 지나 오른편 첫 건물이 사무동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발전소는 밤새 잠들지 않았다. 전력피크 시간을 대비하느라 오히려 분주했다.

하동화력본부 취수구에 게때를 건져올리기 위해 설치한 설비.
하동화력본부 취수구에 게때를 건져올리기 위해 설치한 설비.

오전 8시, 하동화력본부는 ‘800회의’로 아침을 연다. 평상시와 달리 여름철에는 3직급 이상 직원과 협력사 팀장이 매일 모인다. 일부 인원은 전력수급상황실 근무로 빠졌다. 전력수급상황실은 발전소 핵심인 중앙제어실과 별도로 하계 전력수급대책 기간 이전부터 운영되며 부장과 차장, 직원 등 3명이 돌아가며 자리를 지킨다. 24시간 대기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현장설비 특별점검조도 오전, 오후로 나눠 순찰을 돈다.

전력수요가 잦아드는 주말이라고 쉬는 법은 없다. 발전소장이나 실장 중 한 명이 출근 대기한다.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 여름철 전력수급, 연료확보가 우선= 여름철 발전소는 땔감 확보가 관건이다. 기기 이상은 해당 발전소 문제지만 연료는 발전소 전체 호기 가동과 직결된다. 발전소 입구 반대편에 있는 저탄장엔 1000만톤 가량의 유연탄이 쌓여 있다. 최대 2주 분량이다. 하계 전력 수급 대책기간이 2주인 점을 감안해 필요 물량을 확보해 놓았다. 외부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한 쪽에는 대형 천막을 덮어 놨다. 2일치 정도 양이다. 여름철 폭우로 쌓아둔 석탄이 젖거나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집중 호우 때는 석탄일 물에 씻겨 내려가기도 해 배수시설도 매일 점검한다.

전력피크 시간대인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는 고열량탄 기준 열량을 높인다. 열량이 높아야 저급탄을 섞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루 사용량을 4000톤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고 발전소 측은 설명했다.

저탄장 반대편 취수구 근처에 제2 저탄장이 올 연말 준공 목표로 건설이 한창이다. 8만톤짜리 3기로 사일로 형태다. 하동화력본부는 당초 4개 호기로 설계했는데 현재 8개 호기가 운영되면서 석탄 저장량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석탄 저장용량이 부족하면 석탄 취급설비가 계속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정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양다모 하동화력본부 팀장은 “저탄장을 옥내화한 밀폐식이어서 석탄이 젖지 않아 효율도 더 높다”면서 “반면에 밀폐식이라 자연발화 위험이 있어 저탄장 높이에 맞는 고압소화펌프를 도입하는 등 소방시설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설비 보강은 기본= 제1 발전소 내부로 들어갔다. 기계음과 40도가 넘는 고온에 불쾌감이 밀려온다. 한 여름에는 50도에 달한다고. 보일러 내부 온도가 500도에 달하는 탓이다.

중앙제어실에 들어서니 소음과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제어실에는 총 책임자인 발전차장을 비롯해 총 13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이날 책임자는 백운석 차장이다. 한 개 호기당 모니터링 인력 2명, 5명은 현장설비 점검, 1명은 발전소 스위치 조작 담당이다. 제어실 하나가 발전소 2개 호기를 담당한다. 하동화력본부에는 발전소가 8기 있으니 제어실이 4곳이다.

제어실은 발전소 운영을 책임지는 두뇌다.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가동과 정지, 점검 등이 한 곳에서 이뤄진다. 하계전력수급 기간과 상관없이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백운석 차장은 “3호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획예방정비를 끝냈다”며 “여름철 안정적인 설비 운영을 위해 정비인력은 물론이고 부품 공급을 위해 제조사와도 비상연락 체계 갖췄다”고 설명했다.

◇게를 막아라(?)=마지막으로 취수구에 들렀다. 취수구는 발전소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기존 발전소와 달리 취수구를 가로지르는 임시 다리와 펜스가 놓여있다. 여름철 게(?)와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3년 전부터 해수 온도가 25도가 넘는 7월말에서 8월초쯤이면 게때가 취수구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수면에서 밑으로 1m 이상 띠를 형성할 정도로 엄청나다. 김인호 하동화력본부 과장은 “소위 ‘물반 게반’”이라며 “다 자란 게가 동전보다 작다보니 일일이 걸러내기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발전소 냉각수 유입 필터 구멍을 죄다 막아버리는 것이다. 물이 없으면 과열로 발전소가 정지된다. 직원들이 일일이 걷어 올린 게가 1500포대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3년 전에는 발전소 2기가 정지되기도 했다. 한 기당 500㎿에 달하는 대형 발전소다보니 불시 가동정지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주파수 저하로 공장 생산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정전도 일어날 수 있다.

하동화력본부는 이를 위해 올해는 취수구 입구에 초음파 탐지기를 달았다. 게때가 몰려오면 발전소 중앙제어실에 알람이 울린다. 필수 인원만 빼고 취수구로 집합해 뜰채로 게를 건져낸다. 주말이면 인근 지역 거주 직원까지 불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수구를 가로 지르는 임시 다리까지 만든 것이다.

올해는 자동으로 게를 건져내는 기기를 도입했다. 취수구에 펜스를 만들어 게때를 기기 쪽으로 유도해 건져 올린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게와의 전쟁은 하동화력본부의 여름철 전력수급 주요 대책 중 하나”라며 “거둬들인 게를 재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하동화력본부 전력위기 단계별 조치사항

하동(경남)=

[여름철 전력수급 이상무]<2회>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를 가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