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속 ‘샤오미 미패드’의 의미

[테크홀릭] 엔비디아가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컴퓨텍스 타이베이(Computex Taipei) 기간 중 테그라K1을 비롯한 자사 기술을 자세히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눈길을 끈 제품은 단연 샤오미(Xiaomi. 중국명 小米)의 미패드다.

컴퓨텍스 속 ‘샤오미 미패드’의 의미

컴퓨텍스 행사장에 가보면 중국 업체는 별로 없다. 컴퓨텍스 자체가 PC 부품 생산의 본거지 격인 대만에서 열리고 있어 이미 모바일을 중심으로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업체가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미패드를 만나본 곳도 전시장이 아닌 엔비디아가 따로 마련한 행사장이다.

컴퓨텍스 속 ‘샤오미 미패드’의 의미

미패드(Mipad)는 지난 5월 16 중국 발표 당시 4KTV와 더불어 화제를 모은 제품. 엔비디아가 지난 1월 CES2014 기간 중 발표한 차세대 프로세서인 테그라K1을 탑재한 첫 태블릿이다. 테그라K1 2.2GHz에 램 2GB, 저장공간은 16, 64GB 중 선택할 수 있다. 마이크로SD카드를 이용하면 용량도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 여기에 해상도 2048×1536에 326ppi를 지원하는 7.9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곁들였다. 배터리는 6,700mAh 리튬폴리머여서 연속사용시간이 동영상 기준 11시간에 이른다. 본체 앞뒤에는 500만, 8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컴퓨텍스 속 ‘샤오미 미패드’의 의미

빠질 데 없는 성능을 갖췄지만 이 제품이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16GB 기준으로 가격이 말 그대로 단돈 1,499위안, 우리 돈으로 25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저장공간을 64GB로 늘린 제품은 더하다. 1,699위안, 그러니까 16GB 버전보다 4만원 밖에 차이가 안 난다.

컴퓨텍스 속 ‘샤오미 미패드’의 의미

샤오미는 이번에 화제가 된 태블릿과 4KTV 이전 스마트폰으로 중국 대륙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건 지난 2011년. 샤오미는 애플을 벤치마킹해 ‘따라하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고품질 외에 가격 정책만은 ‘저가격’을 택했다. 10만원대 샤오미 스마트폰은 단숨에 인기를 끌었다. 샤오미가 지난 2012년 중국 내에서 판 스마트폰은 719만대, 2013년에는 1,000만대가 넘는다. 샤오미는 이제 스마트폰 외에도 태블릿과 TV 등 다방면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엔비디아 행사장에서 실제로 접해본 미패드의 첫인상은 “전혀 싸구려 같지 않다”는 정도를 넘어 “매력적”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깔끔했다. 미패드는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6가지 색상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본체는 마이크로SD카드 슬롯과 최소한의 조작 버튼을 빼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했다.

샤오미의 고품질 저가격이라는 정책은 비단 샤오미 만의 얘기가 아니다. 단순히 조악한 카피캣에 머물던 중국 제품이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상향평준화된 성능에 가격이라는 터보엔진을 달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컴퓨텍스 행사장에서 만난 한 국내 대기업 담당자는 행사장을 모두 돌아보곤 “볼 게 없다”고 말한다. 컴퓨텍스 자체는 사실 기술 트렌드를 알려주는 CES나 핫한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트렌드를 짚는 MWC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대만 산업을 지탱하는 게 부품, 그 중에서도 PC 부품 중심이다 보니 놀라울 건 없지만 실제 판매와 관계된 시장 트렌드를 보여줘 왔다. 그러다 보니 10년 전에도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볼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담당자가 말한 볼 게 없다는 의미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몇 개 구입한 제품 샘플을 보여주면서 “같은 블루투스를 쓴 제품이라도 대만산 제품이 중국산보다 10∼15달러는 더 비싸다”고 말한다.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컴퓨텍스에서도 TICC 같은 전시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관련 액세서리 비중이 상당히 늘었다. 그럼에도 실무자 입장에선 “볼 게 없는” 행사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대만 쪽보다 2배는 더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사실 컴퓨텍스 전시장에서 중국 주요 업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AP를 공급하는 미디어텍 같은 회사처럼 부품 공급을 위한 게 아니라면 중국 업체 입장에선 굳이 실익이 없는 행사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우연히 엔비디아 행사장에서 만난 샤오미의 미패드는 중국 업체가 찾지 않은 컴퓨텍스에서도 충분히 ‘중국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컴퓨텍스 타이페이 행사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 취재 협조로 진행 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