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디지털 카메라, 특히 DSLR 카메라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한동안 메모리를 백업하는 백업 스토리지 시장이 열렸었다. 그런데 어느덧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급격한 가격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용량 메모리 값이 크게 떨어져 백업 스토리지의 경제성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메모리는 심지어 1GB 당 값이 5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연 백업 스토리지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백업 스토리지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발전해야 할까? 넥스토디아이가 새로 선보이는 N2901을 통해 이를 확인해봤다.
◇ 백업 스토리지가 필요한 이유 #1 메모리 손상에 대비하라=다소 엉뚱하지만 사진, 영상 분야가 아닌 PC 분야에서 예시를 찾아보자. 몇 해 전부터 SSD가 빠른 속도로 HDD 자리를 차지해 나가고 있다. 여전히 대용량에서 HDD를 따르지 못하고 있지만 SSD 역시 이제 TB 단위가 서서히 시장성을 갖는 중이다. 어느덧 240~256GB SSD는 완전히 대중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값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SSD는 HDD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저장장치’라는 고전적인 범위로만 말할 때 ‘데이터’를 ‘보존’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면 SSD는 결코 HDD를 대체할 수 없다. 자기 배열에 의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HDD와 달리 SSD의 근간을 이루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기본적으로 전기 신호를 수록하기 때문이다. HDD는 고장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작동하지 않더라도 자기 배열로 기록한 데이터를 복구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반면 SSD는 전기 신호를 통하다보니 전원을 정상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데이터를 읽어낼 방법이 없다. 즉, ‘만약’의 사태에 대해 메모리 기반 저장장치는 극단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것을 다시 사진이나 영상 분야로 옮겨와 보자. 디지털화된 현대의 사진, 영상 분야에서 주된 저장 매체는 CF나 SD계열 등 플래시 메모리다. 특히 어느 순간 등장해 순식간에 영상 촬영 트렌드를 뒤집어 놓은 액션카메라에서 SD카드나 마이크로SD카드는 액션카메라의 최대 관건인 소형화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저장 매체다. 이런 메모리들이 바로 PC 분야의 SSD와 같은 메모리 기반 저장장치로 ‘만약’의 사태에 취약한 셈이다.
특히 액션카메라는 용도적 특성 상 손상 위험이 매우 높다. 물론 카메라가 손상을 입는다고 저장매체까지 망가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일반적인 환경에 비해 손상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유효하다. 여러 메모리를 쓰며 보관한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간접 환경에 노출되어 위험 부담을 줄인다 해도 가장 기초적인 다중 백업마저 대체할 수는 없다. 즉 백업 스토리지는 단순히 데이터를 옮기고 메모리를 비워 다시 활용하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데이터는 살릴 수 있도록 다중 안전장치를 거는 개념이다.
◇ 백업 스토리지가 필요한 이유 #2 UHD 시대의 경제성을 고려하라=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하다고 할 정도로 전 세계는 UHD 디스플레이에 주목하고 있다. DisplaySearch에 따르면 2013년을 기점으로 UHD TV 시장이 급성장하며, 초기 프리미엄 시장 중심에서 보급률이 높아지는 2015년부터 대중화를 통해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HD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콘텐츠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FHD와 달리 UHD 콘텐츠에 대한 계획은 UHD TV 보급 브랜드와 연계한 방송 사업자에 의해 제법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상파 방송은 표준 규격 및 주파수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SBS가 당장 있을 브라질 월드컵을, KBS와 MBC가 인천아시안게임 주요 경기를 시험 방송으로 송출한 예정이다.
이처럼 보급에 가속을 붙이는 UHD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고민할 사항은 어마어마하게 커진 초당 데이터 전송량이다. 플래시메모리 전문 브랜드인 샌디스크가 UHD 영상 녹화를 위한 160MB/s 초고속 CF 메모리를 내놓았지만, 무려 256GB에 달하는 대용량임에도 UHD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양은 65분가량에 불과하다. 다양한 앵글과 편집을 통해 잘라내는 데이터를 감안할 때 65분동안 기기 하나로 담은 영상 중 실제로 쓸 지도 모르는 분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여기서 경제성에 관해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UHD 영상을 실시간 녹화할 수 있는 고속 메모리 샌디스크 익스트림프로. 256GB 모델의 2014년 5월 현재 평균가는 무려 135만원이다.
1GB당 값 500원, 현 메모리 시장 상황이 이렇지만 이 값은 어디까지나 현재 가장 널리 쓰고 있는 클래스10, UHS-1급 메모리 수준에 한하고 용량도 대략 32GB 정도에 그친다. 이런 메모리로 UHD 영상을 담을 수 없다. 160MB/s 전송속도를 갖는 샌디스크 초고속 메모리 익스트림프로 256GB는 어떨까? 1GB당 값 500원이니 12만8000원? 전혀 아니다. 이 대용량 초고속 메모리는 아직 대중화 영역에 들어서지 않았다. 대중적인 일반 메모리에 비해 무려 10배 가량 높은 몸값을 뽐내는 메모리다. 그리고 이런 메모리가 있어야 UHD 영상을 녹화하는데 무리가 없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UHD 캠코더 4대로 하루 종일 순수 녹화시간만 대략 8시간가량 담는다고 가정해보자. 순수하게 메모리만으로 데이터를 담아낸다면 256GB 초고속 메모리 32개가 있어야 한다. 이때 백업 스토리지를 병행해 쓴다면 어떨까? 쉬지 않고 녹화하는 경우라도 캠코더 한 대당 메모리 2개로 번갈아 녹화할 수 있으니 8개면 된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면 이런 초고속 대용량 메모리도 HDD 용량 대비 값보다 낮아지겠지만, 적어도 1~2년 사이에 이런 상황이 올 건 아니다.
◇ 백업 스토리지가 필요한 이유 #3 데이터 후처리의 효율을 높여라=단순히 메모리 용량 당 값이 내려갔기 때문에 백업 스토리지의 효용성이 떨어진 걸까? 앞서 두 이유를 접어두었을 때 백업 스토리지의 효용성은 정말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백업 스토리지의 효용성을 단순히 저장 용량 대비 값으로 말한다면 애당초 백업 스토리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메모리 용량 당 값이 지금보다 높았지만 그만큼 메모리 용량을 적게 썼고 고속 메모리가 필요한 경우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략 800만 화소 수준으로 JPEG 포맷 사진을 담을 경우 1만 컷이 차지하는 용량은 4~8GB 정도에서 해결할 수 있다. 1만 컷이면 빠른 연사 성능을 갖춘 프레스 지향 플래그쉽 DSLR 카메라라도 3시간 가량 쉴 틈 없이 찍어야 한다. 여러 날 계속해서 촬영해야 한다 해도 용량 당 값에 따른 효율성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메모리를 여럿 갖추는 편이 좋았다. 즉, 과거에도 백업 스토리지의 필요성은 용량과 값에 대한 경제적 상관관계가 아니었던 셈이다.
메모리만으로 데이터를 정리할 새 없이 연속 촬영한다고 가정하자. 메모리가 가득 차거나 작업 중간을 끊어 구분해야 할 경우 메모리를 갈아 끼운다. 이렇게 갈아 끼운 메모리는 별도 메모리 보관함에 순서를 구분해 보관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없다.
그렇다면 모든 작업을 마무리, 또는 중간 마무리 개념으로 촬영한 데이터를 PC 등 후처리를 위한 로컬 시스템에 옮겨 담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보관해온 메모리를 각각 순번에 맞춰 PC 저장장치에 일일이 폴더를 생성해가며 순차적으로 옮겨야 한다. 메모리 리더기 성능에 따라 전송 속도가 달라지겠지만 앞서 두 번째 경우와 같은 UHD 영상 녹화라면 데이터 복사에 걸리는 시간만 해도 무시할 수 없다.
ND2901은 전작인 ND2700처럼 CF와 SD메모리를 직접 인식시키도록 인터페이스를 갖췄지만 보다 대용량 메모리를 백업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버튼 단 하나로 모든 기능을 써온 전작들과 달리 상하 내비게이션 버튼을 적용해 인터페이스도 개선했다.
하지만 백업 스토리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촬영과 앞서 쓴 메모리 백업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다. 촬영 중 순차적으로 메모리가 차거나 작업을 구분할 때마다 백업하기 때문에 백업 스토리지에는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기록된다.
이것을 로컬 시스템에 옮기는 작업은? 백업 스토리지의 가장 빠른 인터페이스와 PC를 연결해 단 한 번 작업 명령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에 따라 리더기를 써서 메모리에서 직접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 시간을 쓸 수도 있으나 적어도 계속해서 메모리를 바꿔 꽂고 폴더를 생성해 수작업으로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다. 전송을 걸어두고 먼저 전송이 끝난 데이터부터 후처리 작업을 시작해도 된다. 즉, 작업 절차로는 백업 스토리지를 거치는 한 단계가 더 들어가지만 시간적 효율에서 백업 스토리지가 훨씬 우세한 셈이다.
◇ ND2901로 풀어본 백업 스토리지의 요건=ND2901은 넥스토디아이가 막 내놓은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최초 넥스토 백업 스토리지를 내놓을 때부터 독자적인 엑스카피 기술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백업 성능을 자랑해온 넥스토디아이인 만큼 ND2901의 백업 성능도 환상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백업 스토리지에서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다. 메모리에서 백업 스토리지로 데이터를 옮기는 속도, 백업 스토리지에서 로컬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속도다. 둘 다 속도에 관한 내용이다. UHD 영상을 녹화할 때처럼 실시간으로 속도가 받쳐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백업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로컬 시스템으로 옮기는 속도 역시 누적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인 만큼 상대적으로 용량이 크기 때문에 빠르지 않으면 작업 능률을 떨어뜨린다.
CF 메모리를 이용할 경우 전송속도는 실측 결과로도 무려 88.3MB/s에 이르렀다. SD카드를 쓸 때는 제원 상 40MB/s, 실측 결과로는 36.1MB/s로 뛰어난 속도를 자랑한다.
ND2901에 들어간 넥스토디아이의 엑스카피 기술은 이제 최대 90MB/s에 이른다. 현존하는 2.5형 HDD 전송속도 한계에 근접하는 속도다. HDD를 이용한 백업 스토리지로는 현 기술로 한계에 이를 정도로 빨라진 셈이다.
로컬 시스템, PC와 연동하는 속도는 어떤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는가에 따른다. 전작인 ND2700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기 위해 eSATA를 적용했듯 ND2901은 USB 3.0을 적용했다. USB 3.0의 제원 상 전송속도는 5Gbps다. 어지간한 SSD로도 아직은 나오기 힘든 속도다.
그런데 백업 스토리지의 요건에서 속도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백업 스토리지는 로컬 시스템과 연동할 수 없는 포터블 환경에서 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포터블 환경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해야 하므로 얼마나 오래 쓰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백업 속도와 맞물려 1회 완충으로 얼마나 많은 용량을 백업할 수 있는가로 판단한다. ND2901은 고속 CF 메모리를 백업할 경우 최대 300GB 가량을 백업할 수 있다.
USB 3.0 인터페이스 전송속도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스토리지 전송속도보다 빠르다.
UHD 환경으로 접어들면서 또 하나 문제가 더해졌다. 단일 용량에 대한 인식 부분이다. 국회 도서관 소장 도서의 모든 내용을 텍스트로 담는데 필요한 용량은 MB 단위에 불과하다지만 지금은 텍스트 시대가 아니다. 여전히 OTG 스토리지 등 임베디드 백업 장치에서 쓰고 있는 FAT32 파일 시스템으로는 4GB가 넘는 파일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UHD 영상은 256GB로 담아봐야 불과 65분이니, 4GB로는 1분 분량일 뿐이다. 생성한 파일은 아무리 세밀하게 끊는다 해도 FAT32 파일 시스템을 쓰는 백업 장치에 담을 수 없다. ND2901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ND2901은 현존 백업 스토리지 중 유일하게 exFAT 파일 시스템을 적용해 대용량 단일 파일 생성에 대처하고 있다.
단일 파일 용량 문제가 있다면 총 용량 문제도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2.5형 HDD 용량은 얼마나 될까? 대략 1.5TB 정도가 되겠다. 앞서 UHD 영상 녹화로 대입해보면 256GB로 1시간 가량 담으니, 백업할 수 있는 녹화 시간은 단일 기기로 6시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백업 스토리지를 여러 대 갖춰야 할까?
위가 ND2901, 아래가 ND2700이다. 출시 당시 가장 대중화된 고속 외장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ND2901은 여기에 용량 이슈를 보완하기 위한 외장 스토리지 백업 인터페이스까지 갖췄다.
ND2901의 또 다른 특징이 이 부분이며, 백업 스토리지가 갖춰야 할 요건을 백업 스토리지의 원론적인 시각에서 상기시켜주고 있다. ND2901은 다른 외장 스토리지를 ND2901에 연결해 백업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즉, ND2901에 백업해둔 데이터를 다른 외장 스토리지로 복사해 다중 백업하거나, 다른 외장 스토리지로 데이터를 보내어 부족한 백업 공간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 백업 스토리지는 프로페셔널 겨냥 장치. 기본에 충실해야=이렇듯 ND2901은 백업 스토리지라는 시각에서 오로지 백업 스토리지의 태생적 정의에 집중한 성능과 기능을 보여준다. 현존 최고 속도 백업 및 로컬 시스템으로 전송, 다중 백업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해 데이터 보존성 증대, 현대 영상 환경에 맞춰 대용량 파일 시스템 적용 등 갖추고 있는 특징마다 오로지 백업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백업 스토리지가 꼭 필요한 프로페셔널 환경에서 백업 스토리지가 갖춰야 할 기본 개념이 얼마나 원론적인지 대변하고 있다.
ND2901의 포토뷰어 기능은 캐논, 니콘, 소니 등 다양한 카메라 제조사의 RAW 파일까지 볼 수 있도록 제약 사항을 제거했지만 그냥 부가기능 개념으로 도입했을 뿐이다. 현장에서는 사진을 정밀하게 보기 보다는 더 많은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도록 배터리를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업 스토리지는 어떤 경우에서든 데이터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보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데이터를 다중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면서 시간적 효율까지 살려야 한다. 포토뷰어 같은 부가 기능은 프로페셔널 환경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분야라면 이미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모바일 기기가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다. ND2901도 간단한 포토뷰어 기능을 갖추고 있기는 하나 단순한 구색 갖추기 정도로 생각하면 될 수준이다. 원래부터도 백업 스토리지가 가져가는 시장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던 만큼 ND2901을 통해 알 수 있는 백업 스토리지의 요건은 철저히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장지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