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가 1983년 6월13일 해왕성을 통과하며 태양계를 벗어난 첫 우주선이 됐다. 명왕성은 당시에도 행성으로 인정받지 못해 해왕성이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으로 1972년 3월 3일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센타우르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처음으로 소행성대를 탐사하고 목성을 관찰하는 등 우주 탐사에 큰 공을 세웠다. 1973년 목성 상공 13만㎞에서 표면 사진을 보내고 지구보다 2000배나 강한 자기장을 관찰했다. 이후 목성의 강한 중력을 이용해 비행 경로를 틀고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갔다.
우주선에는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도 담겼다. 도금된 알루미늄 동판에 인간 남녀의 모습, 우주에 가장 많이 퍼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성수소의 초미세 구조, 태양계와 지구에 대한 정보 등을 나타냈다. 미국의 전설적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우주선이 외계 생명체를 만날 때를 대비한 것이다. 10호에 이어 발사된 11호에도 같은 금속판이 실렸고, 보이저 1호에는 더 상세한 메시지를 기록한 금제 음반이 실렸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총 13개 우주선을 발사한 파이어니어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은 태양계 탐사를 위해 1958년 이 계획을 수립, 파이어니어 1호에서 11호까지를 쏘아올렸다. 여기에 금성 관찰을 위한 파이어니어 비너스 1호와 2호를 합하면 총 13개 우주선이 된다. 3호까지는 실패했고 4호와 5호는 각각 달과 금성 궤도를 관찰했다. 6호에서 9호까지는 태양과 외행성, 10호와 11호는 목성 탐사 임무를 부여받았다.
10호는 1999년 8월 교신 이후 통신이 두절됐으나 2000년 8월 희미한 신호가 다시 잡혔다. 2003년 1월 22일 지구로부터 약 122억㎞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신호를 보낸 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우주 미아’ 신세다. 현재 황소자리 알파 별인 알데바란을 향해 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파이어니어 10호가 알데바란까지 가는 데는 약 200만년이 걸린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