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기업과 일본 소재부품 기업 간 합작투자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관련 협약을 맺어놓고도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 주도로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KITIA)와 한국스미토모상사가 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구체화된 실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인트벤처(JV) 설립 활성화를 목표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지만 2년 동안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다.
소재부품 기술 일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당시 협약에 높은 기대를 보였다. 지식경제부도 JV 설립·운영 지원으로 우리 소재부품 기업의 일본·제3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KITIA는 그동안 기업 간 협의는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이해관계가 어긋나 JV 설립까지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국 기업 수요는 지속적으로 있지만 요구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고, 지역적 한계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KITIA 관계자는 “양측에 필요한 기업을 찾는 작업은 수시로 진행하고 있지만 요구를 정확하게 맞추기 힘들어 기대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입장 조율 등에서 오히려 인수합병(M&A)보다 JV 설립이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KITIA는 특성상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별다른 계획 변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산업부도 JV 설립 지원을 위한 별도 대책은 마련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적인 소재부품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향후 기술개발·외국자본 투자유치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JV 설립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협력 성사가 어려운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양측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교환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은 서로 협력관계인 동시에 경쟁관계인 만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중소 소재부품 기업은 해외 기업과 교류·협상 역량이 부족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