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대출사기 조사내용 누설한 금감원 직원 기소

대출사기를 저지른 일당에게 조사내용을 귀띔해 준 금융감독원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금감원 내부 보고상황까지 고스란히 외부에 누설되는 등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금감원의 불법대출 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당사자에게 흘린 혐의(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50) 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팀장은 금감원이 KT ENS 협력업체들의 대출사기 사건을 조사하던 지난 1∼2월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45)씨와 모바일꼬레아 대표 조모(43)씨의 부탁을 받고 조사내용과 경과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팀장은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한 당일인 지난 1월 29일 알고 지내던 서씨 등에게서 ‘금감원이 KT ENS와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알아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조사 담당자인 저축은행검사국 박모 팀장에게 여러 차례 물어 조사내용과 진행상황을 확인한 후 내용을 전달했다.

김 팀장은 이들에게 조사내용을 누설하고 대책을 상의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KT ENS 대출사기는 협력업체들이 이 회사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납품한 것처럼 꾸민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서씨와 조씨는 각각 1조1000억여원, 9400억여원의 대출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