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G3를 내놨다. 이 제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는 기존 풀HD보다 해상도가 2배에 달하는 QHD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높은 해상도가 필요한 것일까. 사람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오버스펙이 과연 효용성이 있는 것일까.
◇ QHD 무용론? 애플 레티나도 오버스펙=사실 디지털 기술은 원초적 가설의 오류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수치화에 대한 얘기다. 기술적으로 접근할 때 인간의 눈이 움직임을 감지하는 속도는 60fps라고 하거나 구분할 수 있는 색상 수가 1,670만 색상이라는 기초 지식도 이와 같은 오류 속 가설에 해당한다.
인간의 청력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나 낼 수 있는 소리에 대한 수치화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보편적인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수치를 실험 등을 통해 역산해낸 것일 뿐 ‘흐름’을 감지하는 아날로그 체계 속에 있는 인간의 감각기관은 수치로 단정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최근 선보이는 각종 IT 기기들이 이와 같은 인간의 감각에 대한 기초값을 훌쩍 넘어선 오버스펙으로 등장하는 까닭도 이런 흐름 속에서 찾을 수 있겠다. 120Hz 리플레시율을 갖는 게이밍 모니터가 그렇고, 오버샘플링한 음원도 그렇다. 애플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고집적 디스플레이 패널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눈이나 사람의 귀로 구분할 수 없다는 수준 이상으로 높은 스펙을 통해 어지간해선 실제와 구분할 수 없도록 성능을 제공하는 셈이다.
LG G3의 QHD 해상도 디스플레이도 이런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할 수 있다. QHD 해상도는 가로 2,560픽셀, 세로 1,440픽셀로 화면을 표현한다. 면적 기준으로 720p 규격 화면 크기의 4배에 달한다는 뜻으로 QHD(Quad-HD)라고 부른다.
높은 해상도를 갖고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 장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 사진이나 영상일테다. 사진과 영상은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색재현력에 기초한 성능과 품질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흔히 쓰곤 한다. G3 역시 마찬가지다. G3에 넣어둔 샘플 QHD 형상을 재생해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우리만치 선명한 화질의 부드러운 영상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G3의 QHD 해상도를 내세우기 위한 특징으로 끌어내기에 문제가 있다. 표준화와 규격에 대한 문제로부터 QHD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상 분야는 규격화된 레퍼런스를 따른다. 영화에서 말하는 시네마스코프, 비스타비전, 아이맥스 등 종횡비에 관한 규격, 방송에서 말하는 SD, HD, FHD, UHD 등 해상도와 관련한 규격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방송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HD, FHD가 갖는 16:9 종횡비를 기반으로 시네마스코프의 2.39:1, 비스타비전의 1.85:1 등을 포용하는 형태를 취한다. G3의 QHD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16:9 비율이다.
문제는 콘텐츠가 16:9 비율을 기반으로 나오고 있기는 한데 QHD 해상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FHD 영상이 실질적으로 자리 잡게 된 시기조차 최근일 뿐이다. QHD 영상은 사실상 전무하다고도 할 수 있는 실정. 게다가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UHD 열풍은 향후 영상 규격이 QHD를 건너뛰고 UHD로 넘어갈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G3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영상으로 풀기에 문제가 있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 레티나 웃도는 화소 밀도 ‘영상 아니어도 장점’=그렇다면 G3의 QHD 해상도는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는 과도기적 특징일 뿐일까. 그렇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표준화한 규격에 대입했을 때 나타나는 접근법에 대한 오류가 있을 뿐이다. G3의 고해상도는 앞서 언급한 오버스펙의 연장선에서 긍정적으로 풀어볼 수 있다.
G3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13.88cm짜리 IPS 패널이다. 픽셀 개당 크기는 0.0047mm에 불과하다. 1cm를 표현하는 픽셀 개수는 무려 211개가 넘는다. 이것은 애플이 ‘레티나’라는 이름으로 고집적 디스플레이를 규정한 기준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애플은 레티나를 “특정 시야 거리에서 인간의 눈으로 화소를 구분할 수 없는 화소 밀도를 가진 디스플레이”로 정의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애플 레티나 디스플레이 중 가장 낮은 집적도를 갖춘 제품은 맥북 프로 레티나 13형 모델. 이 모델의 1cm 표현 픽셀 수는 89픽셀이며 시야거리는 51cm다.
그렇다면 애플 아이폰의 화소 밀도는 어느 수준일까. 아이폰5, 아이폰5s, 아이폰5c에서 1cm를 표현하는 픽셀 수는 128픽셀이다. G3의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특징에서 G3 디스플레이의 강점을 살려내는 편이 이를 설명하는데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애플이 규정한 스마트폰 기준 시야 거리인 25cm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더라도 눈으로 화소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화소 밀도를 높였다. 굳이 QHD 규격 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화면을 어떤 상황에서 G3를 쓰건 상관없이 맛볼 수 있다.
G3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대한 정보가 퍼지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논쟁거리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집적한 화소 수가 늘어난 만큼 전력 소모량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고해상도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세서 성능 증가, 추가 메모리 확보 등 가중 요소로 인해 배터리 소모량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애플도 아이패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시키는 작업을 아이폰보다 상당 기간 지난 시점에서 구현했고 맥북에어 역시 같은 문제로 여전히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G3의 배터리 용량을 G2 대비 13% 가량 높은 3,000mAh로 늘려 문제를 완화시켰다. 이에 따라 배터리 지속 시간은 G2 대비 8% 늘어났다는 게 LG전자의 설명. 여기에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소모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을 완화하기 위해 소재를 개선했다. LG전자가 밝힌 G3의 배터리 지속 시간은 연속 통화 기준(LTE) 17시간이다. QHD 디스플레이가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영상 재생 상태에선 최대 밝기, 중간 음량에서 FHD 해상도로 영상을 재생하면 8시간 가량 지속할 수 있다. 충분한 수준이다.
◇ 스마트폰 시장, 고해상도로 간다=LG G3에 적용한 QHD 해상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차라리 FHD 해상도를 적용하고 배터리 지속 시간을 개선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름 합리적인 방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프리미엄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다. G3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인 동시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인지할 수 없을 만큼 화소 밀도를 높이는 게 현실을 시야로 그대로 옮기고 자연스러움과 정밀함을 더하는 방법이라면 G3의 QHD 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적어도 0.0047mm에 불과한 화소 크기로 13.88cm LCD에 QHD 해상도를 구현했고 배터리 문제를 개선했다는 점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해상도를 QHD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실용화까지 덤으로 얹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해상도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해상도가 2배씩 늘어나는 ‘디스플레이판 무어의 법칙’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가장 먼저 제품을 선보인 LG전자 외에도 삼성전자와 팬택 등도 QHD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QHD라는 해상도가 나오자 사람의 눈이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애플 같은 경우에도 레티나가 나올 당시 “사람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수준 이상을 선보였다. 이런 고해상도가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화면을 어떤 상황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다는 점도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이미 증명된 것이다.
고해상도 스마트폰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고해상도 스마트폰 시장은 4,000만대 수준일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2017년에는 3억 6,000만대까지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 G3은 이런 가치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가치가 큰 제품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화질 경쟁이 시작됐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