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용체계(OS)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에게 보이지 않는 적이 나타났다. 막강한 경쟁자는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OSP)’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OS다. 안드로이드 OS에서 구글 지메일, 지도, 메시징앱, 크롬 브라우저 등 구글의 색을 모두 제거한 순정 안드로이드다. 아마존, 삼성전자, 노키아 등 AOSP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구글에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AOSP로는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AOSP를 사용하면 구글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면서 수익을 얻었다. 구글은 AOSP가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 구글이 최근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에게 제품 부팅시 ‘powered by android’라는 로고가 뜨도록 의무화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같은 구글의 우려와 달리 AOSP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용자 경험(UX)과 설정 메뉴가 달라 구글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AOSP를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제조사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태블릿PC 킨들 시리즈를 AOSP로 개발해 순수 안드로이드에 자체 브라우저와 앱 장터를 탑재해 큰 인기를 얻었다. 킨들 시리즈에는 아마존이 만든 웹브라우저, 아마존 앱스토어, 아마존의 콘텐츠 장터,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들어간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한 노키아가 내놓은 노키아X 시리즈도 AOSP를 탑재했다. 노키아X 시리즈는 구글플레이 등 구글 서비스 앱은 탑재하지 않았다. 대신 MS의 빙, 아웃룩, 원드라이브, 스카이프 등이 들어갔다. 구글플레이에 접속할 수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키아는 자체적인 안드로이드 앱 장터도 운영한다. 구글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시장조사기관 ABI에 따르면 2013년 4분기 전 세계 모바일OS 점유율에서 1위는 안드로이드, 2위는 애플 OS를 제친 AOSP가 차지했다. 이미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기 때문에 구글은 AOSP를 사용하는 기업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