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활기를 띠면서 정보시스템 구축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기업은 신바람이 납니다. 일거리가 생기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 중소 소프트웨어(SW)·솔루션 기업에는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일거리가 있어서 좋긴 하지만 ‘앞에서 팔고 뒤로 밑지는’ 상황이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하나 수주해서 구축하려면 보통 3~6개월가량 소요됩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한두 개 팀 규모의 인원이 현지에 상주해야 하죠. 하지만 정부 예산에는 지방 이전에 따른 추가 계정이 잡혀 있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추가로 드는 비용은 온전히 시스템 구축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빠듯한 예산 상황을 아는 시스템 구축기업은 추가 비용을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은 완벽한 일처리를 요구합니다.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부실한 예산책정은 부실시공을 낳기 마련입니다.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SW 가치와 유지보수 대가를 제대로 쳐주는 일 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기획재정부는 해마다 예산을 책정할 때 전년도 예산에서 10%가량 줄일 것을 요구합니다. 한 번 구축한 정보시스템에 왜 또 투자하느냐는 식입니다. 정보시스템도 생물입니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 없이는 사고뭉치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보화예산은 해마다 살얼음판입니다. SW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조차 SW 분야를 예산 삭감 1순위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부터 SW 가치를 보는 눈을 개선해야 합니다. 공짜 SW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정보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을 줄였다고 좋아할 때가 아닙니다. 헐값 부실시공은 더 큰 예산낭비라는 후폭풍을 불러옵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선 안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