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그래핀 위에 성질이 서로 다른 나노 회로를 그릴 수 있는 나노 화학펜 기술을 개발했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센서와 그래핀 기반 전자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배호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팀은 공기 중에서 전압이 걸린 원자간힘 현미경의 나노탐침을 이용해 그래핀에 원하는 부분만을 산화·수소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원자간힘 현미경은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탐침과 시료 표면 원자 사이의 반발력을 이용해 물질 표면을 보는 현미경이다. 연구진은 시료 표면 원자를 검출할 때 쓰는 이 탐침을 그래핀 위에서 펜처럼 활용했다. 펜으로 그림을 그리듯 선택적으로 산소나 수소를 흡착시키는데, 전압 세기에 따라 그래핀의 화학적 상태도 조절할 수 있다.
그래핀에 산소나 수소를 결합시켜 전기적·화학적 성질을 바꿔주면 복합 센서를 만드는 등 그래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산화·수소화 공정이 어렵고, 기존에는 그래핀 특성을 세밀하게 조절하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을 이용하면 나노 단위의 정확도로 원하는 위치에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다. 나노탐침을 이용했을 때 그래핀 표면의 산화·수소화 정도도 기존 방식보다 높았다.
박 교수는 “결과를 응용해 그래핀 각 부분의 산화 상태를 서로 다르게 만들면 복합 기능을 갖는 그래핀 기반 나노 집적 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개의 탐침으로 동시에 그래핀을 산화·수소화해 대량생산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실용화 과제로 제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NPG 아시아 머터리얼스’ 5월 23일자에 실렸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