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대립각...가이드라인 앞두고 대·중소기업 벼랑끝 공방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지정 기간 중 경쟁력을 갖지 못한 업종은 당연히 지정이 해제돼야 한다.’ (대기업군)

‘적합업종 해제요청 시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의무화해야 한다. 별다른 의견이 없는 업종은 자동으로 지정기간을 연장하는 게 옳다.’ (중소기업군)

동반성장위원회가 오는 11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대기업계와 중소기업계 간 공세와 주장의 날 끝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양측은 타협안을 제시하기보다 관련 요구를 더 확대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합의 불발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9일 대기업 측에서는 적합업종 효과 무용론에 이어 ‘점진적 폐지론’까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를 통해 적합업종 제도의 문제점과 점진적 폐기론을 제기했다.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없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국제적 보편성이 현저히 결여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발표에 따르면 단기분석 결과 적합업종 실시 이후 중기 적합업종은 성장성, 생산성, 산업 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계는 적합업종 지정기간 중 경쟁력 회복 노력을 게을리 했거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업종은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시장진입 억제와 중소기업 보호로 야기되는 시장 비효율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업의 적합업종 확대 지정에 반대 의견도 분명히 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지식서비스업의 적합업종 지정은 불필요한 낭비와 전후방 연관산업의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한다”며 “서비스업 적합업종 정책은 보호가 아닌 활성화 정책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오히려 적합업종 제도의 ‘수호’가 아닌 ‘영역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대기업의 적합업종 해제 요청 시, 입증책임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공식 의견서를 동반위에 제출했다.

대기업이 적합업종 해제를 요청하면 ‘적합업종 해제 당위성 입증자료’와 ‘해당품목 시장 발전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기여방안’ 등을 동반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별다른 대기업 의견이 없는 때에는 자동 재합의 품목으로 지정하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나아가 대기업이 권고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때 ‘위반기간에 준하는 적합업종 합의기간 연장’까지 제안했다.

중기중앙회는 동반위가 제시한 적합업종의 재합의 기간을 1~3년으로 차등화하자는 데도 반대다. 차등기간을 두면 오히려 소모적 논쟁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합업종 협의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60일 이내로 줄여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박해철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제도의 근본 취지인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 역할분담을 기준으로 재합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기적합업종제도 개선방안과 가이드라인을 예정대로 11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대·중소기업 간 시각차가 크지만 막바지 의견 수렴을 거쳐 가장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김종국 동반위 사무총장은 “대·중소기업이 모두 극단적 제안과 주장을 내놓고 힘겨루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러 채널을 통한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11일에는 올해 적합업종 지정 기준과 대·중소기업 합의안을 반드시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적합업종 제도 관련 주요 쟁점 /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대기업-중소기업 간 적합업종 제도 관련 주요 쟁점 /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