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상징 중 하나인 공인구.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공인구인 ‘브라주카(Brazuca)’가 어떤 소재 기술로 탄생했는지 관심이다. 브라주카는 라텍스 주머니에 공기를 주입하고(블래더) 면·폴리에스테르 합성물을 덧대 틀을 만들었다. 표면에 특수 미세 돌기가 달린 폴리우레탄 소재 ‘기포강화 플라스틱’ 패널을 붙였다. 같은 크기, 같은 바람개비 모양의 패널 6장을 열 접착으로 부착, 속도감·정확도를 향상시켰다. ‘자블라니 안 잡힌다’라는 별명이 붙었던 2010 남아공월드컵의 ‘자블라니’와 비교할 때 채택한 소재는 같다. 달라진 점이라면 표면 미세 돌기 수가 늘어나고 패널 수는 줄어든 것. 돌기 수가 많아지면 공기에 닿는 면적이 넓어져 정확도가 올라간다. 패널 수를 줄이면 속도감을 개선할 수 있다.
공인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부터 도입했다. 아디다스가 독점 제작한다. 역대 공인구는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소재 기술의 변천사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970년 멕시코월드컵, 1974년 서독월드컵의 공인구는 ‘텔스타’였다. 천연 가죽으로 만들어져 기존 고무공을 찰 때 느껴지던 통증을 줄였다. 검은 오각형의 점박이 디자인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아르헨티나월드컵(1978년)과 스페인월드컵(1982년)의 공인구는 ‘탱고’였다. 최초로 가죽·폴리우레탄을 써 탄력·회전력을 높이고 방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때부터 공인구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멕시코월드컵(1986년)에서는 처음 인조 합성 가죽으로만 만든 ‘아즈테카’가 쓰였다. 폴리우레탄으로 공 안팎의 가죽을 감싸 속도를 높이는 등 기능적 측면을 개선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공인구는 아즈테카 내부에 폴리우레탄 폼을 넣은 ‘에트루스코 유니코’다.
1994년 미국월드컵 공인구 ‘퀘스트라’는 미세한 공기 방울로 된 층이 있는 기포강화 플라스틱이 최초로 사용돼 반발력과 회전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나아가 공기 방울을 규칙적으로 배열, 공의 탄성·반발력을 극대화한 게 프랑스월드컵(1998년)의 ‘트리콜로’다. 표면을 최대한 매끄럽게 가공, 공기 저항도 줄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공기 방울을 더욱 미세화해 압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포강화 플라스틱을 개량한 ‘피버노바’가 공인구로 지정됐다. 트리콜로보다 한층 강해진 회전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패널 수를 32개에서 14개로 줄이고 패널 간 접착을 바느질에서 열 접착으로 바꾼 공인구가 독일 월드컵(2006년)의 ‘팀가이스트’다.
남아공월드컵(2010년) 공인구 ‘자블라니’는 패널은 폴리우레탄, 내부는 폴리에스테르와 면의 합성물로 각각 구성됐다. 안정성과 정확도를 확보하기 위해 표면에 공기 홈을 파고 미세한 돌기를 만들었다. 패널 수가 8개로 줄어 공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 표면 처리 때문에 잔디 결에 따라 공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었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공인구 소재의 핵심은 기후 등 환경 변화에도 변치 않고 구 모양에 가깝게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선수들이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소재 기술도 변화를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공인구 채택 기준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