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규모 발전소는 육지에 짓는다. 육지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송전선로를 통해 전국 가정에 공급된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전력의 절반은 육지에서 공급받는다. 반대의 경우가 있다. 섬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에서 받아쓰는 것이다. 그것도 수도권 전력사용량의 20%가 넘는 양이다. 바로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다.
시화방조제 옆 바다 위로 난 송전선로를 따라 30㎞ 남짓 가다보면 그 끝에 영흥화력본부가 있다. 대부도와 선재도, 두 개 섬을 지나야 비로소 닿는 영흥도 끝자락에 자리해 있다. 말이 섬이지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휴일이 지난 9일 영흥화력본부를 찾았다. 입구를 지나면 영흥화력 1~4호기가 버티고 섰다. 국내 최초로 화력발전 단일호기 용량 800㎿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숲을 지나 영흥화력 5호기에 들어섰다. 국내 최대 용량인 870㎿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수풀 너머 석탄 저장소가 있다. 저탄장을 사이에 두고 발전소 1~4호기와 5·6호기가 들어선 형태다. 외부에서는 볼 수 없도록 숲으로 감싸놓았다.
이날 마침 영흥화력 5호기 시운전이 끝났다. 지난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의미다. 덕분에 6월 30일로 예정돼 있던 상업 운전을 20일이나 앞당겼다. 발전소 건설까지 더하면 무려 석 달이나 일찍 준공한 셈이다. 덕분에 전기 판매 수익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여름철 피크에도 앞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시운전 기간을 앞당긴 것은 연속 증기세척 공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원래 증기세척은 보일러 튜브와 증기배관 내 이물질이 터빈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미리 보일러에 증기를 발생시켜 외부로 불어낸다. 영흥화력은 보일러를 정지하지 않고 세척할 수 있는 방식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보일러 가동 정지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6호기 시운전은 30일로 예정됐다. 20일만 있으면 영흥화력본부 총 발전설비용량이 5000㎿를 넘어선다. 국내 최대 규모다. 수도권 전력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셈이다. 풍력 46㎿를 비롯해 태양광, 소수력 발전까지 더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만 60㎿가 넘는다. 계획 예방 정비 중인 영흥화력 2호기도 14일 작업을 마무리하면 하계 전력 수급 준비는 끝낸 것과 다름없다. 나머지 발전소는 이미 정비를 마쳤다. 6호기 옆으로는 7·8호기가 들어설 것을 대비해 부지 정지 작업 중이다. 환경부 연료사용 허가가 나는 대로 발전소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발전소 핵심인 중앙제어실에 들어섰다. 기존 발전소와 달리 중앙제어실을 별도 건물에 마련했다. 5호기와 6호기 사이다. 지속적으로 귀를 울리는 터빈 소음과 보일러에서 나오는 열기에서 자유로워졌다. 중앙제어실은 국내 최대 설비용량 발전소답게 제어실 크기도 작은 운동장만하다. 내부는 절반만 쓰고 있다. 7·8호기 자리를 비워놓은 것이다. 기존 발전소가 호기 두 개당 하나의 제어실을 둔 것과 달리 네 개 호기가 한 제어실을 쓰는 것이다. 경제성과 운영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본부 측은 설명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중앙에 있는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먼지 배출량 측정값을 표시하는 모니터다. 최신 발전소라 국내 발전소 중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지만 모두 허용 기준치보다 한참 아래다. 심지어 벤치마킹한 일본 헤키난 발전소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다. 친환경 설비 구축에만 8100억원을 투자한 까닭이다.
한쪽에서는 발전소 모든 곳을 남김없이 CCTV로 감시 중이다. 해당 화면은 재난안전팀에서 따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본사 통합관제센터와도 직접 연결돼 재해 발생에 따른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근무자는 조영호 발전차장을 비롯해 13명이다. 6호기 예비 운전 인력 2명이 포함됐다. 6호기가 발전을 시작하는 26일쯤이면 총 17명이 근무하게 된다. 보통 두 개 호기에 13명이 근무하는 것과 비교해 인력이 많다. 환경설비인 탈질·탈황 설비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영흥화력본부는 여름철 기상이변에 따른 낙뢰로부터 설비를 지켜야 한다. 영흥화력본부는 지도상 영종도와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위치한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낙뢰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노출돼 있다.
특히 낙뢰는 땅을 타고 들어와 발전설비 진동계측기 오작동을 유발한다. 때문에 설비에 이상이 없어도 비상신호를 울려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 영흥화력본부를 중심으로 반경 10㎞ 단위로 낙뢰 경보를 발령하고 계측기 오동작 방지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사무동에서는 하계 전력수급기간 중 전력수급대책 상황실을 운영한다. 낮에는 팀장 1명과 차장 2명이 근무하고 밤에는 차장 1명과 협력사 직원 4명이 대기한다. 최대 피크기간인 8월에는 팀장 1명이 추가 투입된다. 영흥화력본부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4000㎿ 밑으로 떨어지는 전력수급 관심단계에는 특별 비상상황실로 컨트롤타워가 확대 구축된다”며 “사고수습반과 피해복구반을 운영해 전력수급 비상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경보 단계별 전력 절감, 출력 상향운전, 분야별 발전설비 순회점검 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영흥화력 5,6호기와 타 발전소 비교
영흥도(인천)=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