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으로 각종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금액은 매년 수천억원에 이른다. 관련 논문과 특허 출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휴면 특허’를 비롯해 개발 후 사장되거나 활용되지 못하는 기술 또한 상당수다. 국비 지원 R&D 성과는 상용화·사업화로 이어져야 실질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술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자신문은 한국전기연구원(KERI)과 공동으로 전기 분야의 유망 사업화 기술을 소개한다.
자기분리는 여러 물질이 혼합된 것을 각 물질별 자화 특성을 이용해 분리해 내는 것을 말한다. 자석으로 모래와 철가루를 분리하는 것, 깨진 유리병 혼합물에서 병뚜껑을 골라내는 장치, 철광석에서 광물질의 선별 등 여러 분야에서 자기분리 기술과 자기분리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KERI는 수년 전 초전도 전자석을 이용해 보다 강력한 분리력을 나타낼 수 있는 초전도 자기분리 기술을 개발했다. 2012년 말에는 이 기술을 토대로 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수처리 기술 및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KERI의 초전도 자기분리 기술과 장치는 기존 전자석 장치에 비해 분리·여과 속도가 10배 이상 빠르다.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고자기장의 분리력이 각각의 입자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전자석 대비 10~20배 이상 높은 고자기장을 이용해 약자성체인 희토류 자원 회수는 물론 미립자인 방사성 물질의 제거도 가능하다.
반면에 필터 설치 면적은 기존 대비 16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압력 손실이 적고, 여과 펌프에 대한 부하도 낮출 수 있다. 또 자기장 차단이 원활해 필터 세정과 재생이 용이하며 내구성이 높다. 에너지 소모량은 기존 대비 5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KERI는 이 기술을 국내 최대 자력 선별기 제조사 한국매틱스에 이전했다.
한국매틱스는 기존 구리 전자석 기반의 자력 선별기를 초전도 전자석으로 대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자기장의 장점을 이용해 자원회수 및 수처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매틱스는 2016년에는 초전도 기반 수처리 및 자원회수 장치 생산을 시작해 오는 2018년에는 3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하동우 KERI 초전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초전도 자석 기반의 고자기장 분리 기술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방사성 물질과 약자성체 물질의 분리가 가능해 경제성이 높다”며 “수처리 분야의 경우 2차 오염이 없어 추가적인 후공정 설비가 필요 없는 새로운 융합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환경·수처리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조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초전도 자기분리 기술을 수처리 설비에 적용하면 오는 2018년 250억원 이상의 신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