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 줄인 기상청, 케이웨더 겨냥 논란

기상청이 일부 기상장비 유지보수를 줄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케이웨더가 수행하던 윈드프로파일러 예산이 절반 이하로 줄여 특정업체를 겨냥한 조치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상청의 올해 유지보수 용역 배정에 따르면 일부 기상장비 유지보수 주기가 격주·주간 단위에서 월간·분기로 바뀌고 그 횟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산과 구덕산, 광덕산, 진도, 성산, 고산 레이더는 격주 유지보수를 제외시켜 90여개에 달하던 유지보수 항목을 50~60여개로 줄였다. 전체적으로 점검 주기와 항목을 간소화시킨 조치다. 오성산, 면봉산, 강릉 레이더 3개소는 주간 유지보수를 빼, 80여개 유지보수를 50여개로 줄였고 윈드프로파일러 9개소는 월간, 분기, 반기 점검을 하던 것을 분기점검만 하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유지보수 축소 사업 중 일부는 예산이 작년도 수준을 유지한 반면에 케이웨더가 수행 중인 윈드프로파일러 등은 배정 예산이 크게 줄었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윈드프로파일러 예산은 지난해 4억4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 수준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오성산, 면봉산 레이더 등 레이더 배정예산이 3억9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 수준을 유지한 것과 비교해 큰 폭의 하락이다. 지난해 4억3000만원에 낙찰된 광덕산, 진도, 성산, 고산 레이더는 올해 4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는 일부 사업은 예산이 늘어난 곳도 있다.

윈드프로파일러 유지보수를 수행 중인 케이웨더는 항공기상장비 라이다 납품대금 청구권으로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과 법정 싸움을 진행 중인 곳이다. 얼마 전 1차 공판에서 승소했지만 기상청이 항소하면서 재심이 준비 중이다.

케이웨더는 예산 축소로 윈드프로파일러 유지보수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간 108회를 실시하던 정기 유지보수를 36회로 줄이면 장비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상업계는 기상청의 유지보수 축소를 민간사업 부문을 기상산업진흥원으로 이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과거에도 적은 장비 유지보수 예산으로 사업자가 관련 사업을 철수하면 이를 진흥원에서 수행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양공업 역시 전국단위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을 구축했지만 배정 예산이 적어 유지보수 사업을 진흥원으로 넘겨야 했다. 진양공업 관계자는 “AWS 구축 후 배정받은 유지보수 예산이 2억원에 불과했다”며 “전국단위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WS 유지보수 사업은 진흥원으로 넘어간 후 관련 예산이 20억원 이상까지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양공업은 이후 관련 팀을 해체했고 이중 몇 몇은 진흥원으로 이직했다.

기상업계는 진흥원이 민간사업자의 사업을 이전받아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장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해당 제조사가 아닌 제 3기관의 유지보수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유지보수 배정 예산도 현실적으로 적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기상관측장비 682개에서 최근 3년간 1513건의 장애가 발생해 하루 평균 1.2대씩 고장이 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국가 안전망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기상장비 유비보수를 줄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유독 윈드프로파일러 등 일부 사업만 예산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장비관리가 기존처럼 진행될 수 있도록 배정예산 책정에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장비 유지보수 예산이 전반적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비용 인상분을 반영하다 보니 유지보수 횟수를 줄였다는 해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동안 3년전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던 것에 최근 물가를 반영하다보니 비슷한 수준의 예산에서 유지보수를 간소화했다”며 “일부 유지보수 간소화에도 예산이 오른 곳은 산악·섬 등 외진 곳이 대부분이며 윈드프로파일러는 월간·반기 점검을 삭제해 예산이 크게 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