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국민도 지난 경기와 응원 순간을 떠올리며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지 기대에 차 있다. 물론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새벽 또는 아침에 열리는 경기 시간대도 영향이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까지 침체돼 많은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런만큼 이번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매번 월드컵은 국민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이번 월드컵은 침체된 마음을 털고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번 떨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번 월드컵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경연장으로 탈바꿈했다. 국민이 월드컵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만큼 기업은 더 우수한 기술로 국민에게 최상의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기업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 때문에 TV업계에서는 월드컵을 4년만에 한번 돌아오는 ‘특수’라고 표현한다. TV만이 아니다. 이른 더위와 습한 날씨가 예상되며 에어컨과 제습기 수요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술 키워드는 ‘초고화질(UHD)’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정리된다. 모두 TV에 사용되는 기술로 UHD는 기존 풀HD와 비교해 네 배 우수한 화질을 자랑한다. OLED는 LED를 대체하는 차세대 패널이다. OLED 패널을 채택한 TV는 풀HD 화질임에도 UHD TV보다 화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꿈의 TV’로도 불린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UHD 화질의 UHD LCD TV와 OLED 패널을 채택한 풀HD OLED TV가 시장에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TV의 라인업을 대거 확대하고 가격을 내리는 등 소비자에게 한발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작년 한때 600만~700만원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UHD TV가 올해 들어서는 크기(인치)를 줄이며 100만원대 제품까지 나왔다. UHD TV가 바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미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55인치 이상 대형 TV에서는 UHD TV 판매 비중이 2월 이후 꾸준히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방에 놓는 세컨드 TV나 1인 가족을 제외한 가정 내 대표 TV는 UHD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산업계의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 LG전자는 지난달부터 UHD 화질을 즐기는 ‘위닝일레븐 2014’ 축구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브라질에서는 ‘당신의 LG 아레나’를 테마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OLED TV도 이번 월드컵이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TV는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제품군이다. 지난해 4월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올 3분기에는 UHD 화질의 OLED TV를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LG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UHD TV와 함께 OLED TV를 적극 알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과감히 가격도 내려 55인치가 아마존닷컴에는 최근 3999달러로 인하됐다. 지난해 1만5000달러에 출시됐던 모델이다.
중소 TV제조사들도 4년만에 찾아오는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발하고 있다. UHD·OLED TV는 아니지만 대기업 TV에 버금가는 제품으로 시장을 노크한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서는 지난달 중소업체의 50인치 이상 LED TV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나 뛰었다. 50인치 이상의 대형 TV로 월드컵을 즐기고 싶지만 가격적으로 대기업 제품이 부담스러운 고객을 파고든 결과다. 일반적으로 대형 인치대 중소 TV업체 가격은 대기업 제품과 비교해 40% 정도 저렴하다.
에어컨과 제습기도 이번 월드컵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 에어컨의 경우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로 기대만큼의 수요를 보지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습기도 20여개사가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에어컨과 함께 제습기도 월드컵 내내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부분의 경기가 새벽에 열리는 만큼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업계 영업담당 임원은 “올해 사업의 성패는 사실상 6월에 결론난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 선수들과 국민들이 열심히 뛰고 응원하는 만큼 가전업계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