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은 초고화질(UHD)과 N스크린이 차세대 ICT 주자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월드컵마다 새 ICT 역사를 열었듯 이들도 월드컵을 기점으로 본격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UHD는 차세대 TV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지난해 160만대에 불과했던 UHD TV 판매량이 올해 1242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올해 UHD 패널 출하량이 2201만7000대로 예측되면서 업계는 UHD TV 2000만대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비록 이번 월드컵 중계를 가정에서 UHD로 시청할 수 없지만, 2017년 시장규모가 2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업계는 올해를 차세대 TV 시장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N스크린은 스마트폰 시대 첫 월드컵을 맞아 모바일 TV 대세로 자리 잡을 태세다. 각 사업자들은 LTE 무제한 요금제와 고화질(HD)을 무기로 어디서든 HD 화질의 월드컵 경기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상파 3사 N스크린 서비스 ‘푹’은 모바일 기기 뿐 아니라 스마트 TV의 내장 앱으로도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N스크린, CJ헬로비전 ‘티빙’ 등도 지상파와의 재송신 계약이 완료되는 대로 서비스를 준비할 방침이다.
역대 월드컵은 ‘디지털’과 ‘신기술’을 무기로 새로운 ICT 주자들을 선보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정보통신부 주도로 지상파 3사가 8경기씩 HD로 제작해 전 세계에 중계하면서 HD TV의 데뷔 무대로 떠올랐다. 당시 수도권과 충남·전남권 일부에서만 HD 중계를 볼 수 있었지만 그해 5월 HD TV가 7500대나 판매되며 ‘HD 알리기’의 1등 공신이었다는 평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HD의 전국화와 5.1 입체음향 중계, DMB를 이용한 이동방송 보편화의 서막을 알렸다. 월드컵을 앞두고 홈시어터가 대거 출시됐고, HD 화질·5.1 입체음향 중계가 실현되면서 한반도 어디서나 독일의 감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갓 1년여 됐던 지상파·위성DMB도 중계에 가세하면서 DMB 수신 휴대폰도 불티나게 팔렸다.
4년 뒤 남아공 월드컵은 가정에서는 3차원(D) 중계를, 거리에서는 PMP와 내비게이션으로 DMB 중계를 즐겼던 대회였다. 영화 아바타에서 시작된 3D 붐을 타고 소니가 3D로 제작한 25경기를 SBS와 KT스카이라이프가 전국에 선보였다. 당시 가전사들은 3D TV를 차세대 TV로 내세우며 열띤 판촉전을 벌였다. DMB를 기본으로 탑재한 PMP와 내비게이션도 대거 확산되면서 ‘이동하면서 즐기는 월드컵’ 시대를 열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