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훈 BC21 사장은 최근 전력업계에서 소위 ‘핫’ 한 인물 중 하나다. 발전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 대응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요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바로 팜 열매 부산물(EFP)로 만든 고형 연료다.
EFP는 발전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우드펠릿을 대체하는 연료로 내달부터 정식 수입된다. 지난 1월 21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확정 공포되면서 팜 열매 껍질이 폐기물에서 제외, 연료용으로 수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격은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고 열량은 톤당 4000㎉ 이상으로 저열량 유연탄과 맞먹는다. 팜 열매에서 오일을 짜고 남은 껍데기를 분쇄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유 사장은 설명했다. 유 사장은 “팜 열매 씨앗을 연료로 만드는 PKS는 섬유질 성분이 강해 분쇄가 힘들어 일반 화력발전소 연료로 사용하기 힘들다”며 “이르면 7월부터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팜 열매 부산물로 만든 고형 연료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발전5사가 구매 예정인 우드펠릿은 총 144만톤으로 올해 수입액만 3700억원에 달한다. 전량 대체할 경우 1200억원이 넘는 외화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유 사장은 “한전 전력연구원, 남동발전 지원으로 석탄 화력발전소 혼소시험을 마쳤다”며 “공장이 완공되는 6월 말 이후부터는 월 1만톤 생산이 가능하고, 국내 수요만 보장되면 올 연말에 월 4만톤까지 생산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사장이 팜 열매 사업에 눈을 뜬 것은 4년 전 발전회사 지원으로 해외시장개척단에 참가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다. 1년 후 시장개척단으로 또 찾았을 때 투자를 결정했다. 유 사장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설치비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고 설치 장소도 마땅하지 않아 발전회사가 RPS 대응에 애로를 겪고 있었다”며 “수요처인 발전 회사가 지원하고 말레이시아 현지 공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BC21은 규모는 작지만 이미 성공한 기업이다. 플랜트 설비를 체결하는 볼트에 씌우는 캡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볼트 이음새에 수분이나 염분 침투를 막아 부식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모든 기준이 BC21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볼트캡 기준을 말레이시아에 그대로 반영했으며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 공장에도 볼트캡을 납품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두바이, 카타르 등지의 도로시설물이나 산업설비용으로 수출 중이다. 굳이 새로운 사업에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유 사장은 “주위에서 미쳤다고도 했지만 볼트캡도 원래 없던 제품”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본 만큼 이번 도전도 어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 사장은 “EFP는 최근 발전소 환경문제와 맞물려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팜 열매 농장을 운영하면서 팜오일 생산부터 연료 재활용까지 수직계열화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