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신문이나 TV를 보다 보면 멀쩡하던 회사들이 한두 가지 사건으로 갑자기 망하게 됐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A사장도 이런 기사를 보면서 신경이 쓰이던 와중에 최근 비슷한 사업을 하던 친구가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상황이 심각해지더니 결국 도산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A사장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감을 느꼈지만, 일련의 뉴스들을 떠올리며 한편에 의문이 든다. 어떤 기업은 큰 사고가 나도 무탈하게 넘기는데, 어떤 기업은 작은 사고에도 도산에까지 이르는 것일까. 어떤 차이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것일까.
똑같은 위기상황에 처해도 어떤 회사는 망하고, 어떤 회사는 문제없이 넘어갈까?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위기관리는 재판 과정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좋은 판결을 받은 기업이 살아남는다.”
어떤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고 가정해보자. 즉시 그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나’며 걱정하고, 고객은 ‘저렇게 물의를 일으키는 회사는 분명 문제가 있을 거야’라며 외면한다. 각종 언론매체 기자도 찾아와 질문 공세를 퍼붓고, 검찰이나 경찰도 수사를 시작한다.
기업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은 정부나 언론, 주주, 직원,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기업을 두고 재판을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이 그 기업과 관련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매체는 기사를 나쁘게 쓸 수도 있고, 좋게 쓸 수도 있다. 검찰은 기업관계자에게 10년형을 구형할 수도 있고, 5년형을 구형할 수도 있다. 주주는 기업의 주식을 팔아버릴 수도 그대로 보유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공격적인 시위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이 모두가 이해관계자들의 재량권이다.
그렇다면 이해관계자들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이 회사가 ‘나쁜 기업(Bad Guy)’인지 혹은 ‘좋은 기업인데 다만 재수가 없었을 뿐(GGIM:Good Guy in Misfortune)’인지에 따라 재량권의 행사 방향이 달라진다. 일단 나쁜 기업으로 판단되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가혹한 구형, 주식 처분, 악의적 보도, 공격적인 시위 등의 재량권을 행사할 것이다. 반대로 GGIM이라면 제품 구매, 징역 5년 정도의 가벼운 구형, 주식 보유, 호의적 보도 등 긍정적인 재량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사건이 발생하면 보도나 소문으로 정보가 확산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은 관련 정보를 얻고 각자 판단을 내리고, 이 판단에 기초해 해당 기업에 재량권을 행사하게 된다. 결국 이들이 내린 재량권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린다. 따라서 회사가 위기관리를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GGIM, 즉 좋은 기업이지만 재수가 없어 이런 일을 당했을 뿐이라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재량권을 자사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몇 년 전 모 대기업에서 1100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기업은 언론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주말에도 고객센터를 가동하는 등 고객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암호화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세웠다. 이런 적극적인 대응이 언론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덕분에 소비자들은 이 기업에 대해 ‘GGIM’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이 기업은 큰 손해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무죄임에도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히려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혀 파산에 이른 경우도 있다. 2004년 불량 만두 파동에 휩싸인 기업 중에는 나중에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나 결국 도산하고 만 기업도 있다. 이미 소비자들의 인식에 그 기업은 ‘쓰레기로 만두를 만드는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란 한마디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배심원이 돼 기업을 재판하는 과정이고, 따라서 위기관리의 목적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좋은 기업이지만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는 판결을 얻어내는 것이다. 위기는 항상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 회사가 GGIM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평소 미리 대비책을 세워두는 것이 필수임을 잊지 말자.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
사고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GGIM 판결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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