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재심의를 거쳐 적합업종에서 조기 해제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간 연장도 1~3년으로 차등화된다.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해제요청 시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의무화하고, 대·중소기업 간 합의 조정기간을 6개월이 아닌 60일로 줄여달라는 요구 등을 수용하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다.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는 11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28차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지난 2011년 9월 적합업종제도 도입 이후 제기된 여러 지적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개선안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간 중에라도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이 재심의를 신청하고 중소기업과 합의에 이르면 적합업종을 조기 해제할 수 있게 된다. 또 적합업종 지정을 연장하면 기존에는 일괄적으로 3년 더 추가 보호를 받았으나 개선안은 1∼3년으로 차등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82개 품목은 중소기업이 재합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적합업종에서 배제된다.
이외에도 대기업이 해당 사업에서 철수해 중소기업의 피해가 없는 품목, 일부 중소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한 품목, 산업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내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생긴 품목 등은 적합업종 재지정 제외 후보가 된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안이 자신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되레 후퇴했다는 입장이다. 한 중기단체 관계자는 “동반위가 지난 5일 공청회를 한 차례 실시한 뒤 사실상 초안대로 최종안을 확정한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면서 중소기업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절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때 동반위가 기준과 방법, 사실 관계를 명백히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적합업종 해제는 부작용이 명백하게 나타난 품목에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회는 이달 말 300여명의 중소기업 CEO가 참석하는 ‘제주리더스포럼’에서 후속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제과협회 3개 단체는 이날 동반위에 ‘적합업종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재지정 심사를 받는 82개 품목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치열한 논리싸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업종별 조정협의체’를 주축으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재지정 신청단체의 대표성 검토를 강화하고, 정부 부처와 업계·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대폭 수렴하는 한편, 대기업이 주장하는 피해 사실도 세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장희 위원장은 “제도 개선을 통해 보호와 경쟁이 조화되는 동반성장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적합업종 제도개선 방안 주요내용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