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의 공은 `업종별 조정협의체`로...하반기 첨예한 논리공방 불가피

논란은 진행형이다. 11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대·중소기업 간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큰 방향성 제시에만 그치면서 각자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적합업종을 둘러싼 대·중소기업 간 공방은 하반기 열리는 업종별 ‘조정협의체’로 대부분 이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반위는 시장경제연구원과 중소기업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적합업종 개선방안 연구’를 기반으로 세미나, 공청회, 적합업종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선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대·중소기업 간 입장차가 뚜렷했던 만큼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안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개선 방안은 △필요하다면 적합업종 조기 해제 △적합업종 재지정 제외 범위 확대 △적합업종 신청 자격 강화 △적합업종 지정 사전·사후 조치 강화 등을 담았다. 대체로 적합업종의 영역 확대보다는 지정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동반위 발표를 두고 대기업은 대체로 어느 정도 개선된 안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에 중소기업계에서는 대기업 측 요구만 대거 반영한 것 아니냐며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반위 고위 관계자는 “적합업종제도는 3년 전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도입된 제도였다”며 “중간점검 과정에서 반대편(대기업)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적합업종 제도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적합업종 제도 폐지가 논의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제도 운용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사회적 부작용이나 폐해가 발생한 품목은 걸러내기로 합의한 것에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적합업종 제도는 여러 부작용이 있는 만큼 3년 일몰제를 원칙으로 이번에 폐지 부분까지 논의했어야 한다”며 “다만 불합리한 부분은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불만이 많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내놓은 적합업종 관련 의견이 충분히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규제완화 분위기에다 전 정권에서 만들어 놓은 적합업종제도에 대해 현재 청와대의 관심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향후 가이드라인 적용에서 동반위가 그 기준과 적용방법, 그리고 사실관계를 명백히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며 “적합업종 해제 논의는 사실관계 입증을 전제로 부작용이 명백하게 나타난 품목에 한해서 신중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합업종 지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적합성 검토 항목에 포함된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강화’ ‘전후방 산업과 소비자의 부정적 영향’ 등은 대·중소기업 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대·중소기업계의 논리 공방은 하반기 116개 업종의 적합업종 재지정 및 신규 지정과정에서 오히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하반기 적합업종 선정시, 자율 합의가 안된 품목은 업종별 ‘조정협의체’가 가동된다. 협의체는 보통 대기업에서 5인, 중소기업계 5인, 중립 성격의 공공기관 5인 등 총 15인 내외로 구성된다.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만큼 협의체가 쟁점의 한 가운데 설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각 업종 협의체에서 대·중소기업 간 첨예한 논리 공방이 불가피해졌다”며 “감정 대립이나 억지 주장보다는 설득력 있는 자료에 기반한 정면 대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