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대해 규제의 표현을 쓰며 관련 법안 철회를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이미 국회 통과를 거치고 내년 시행을 앞둔 법의 철회를 요구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등 우리나라 10개 산업단체는 12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 철회’에 대한 산업계 공동건의서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에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업계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관련 제도의 시행 유예 등을 주장해 왔다. 공동건의서에는 저탄소차협력금 규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세 수위를 크게 높였다.
산업계는 저탄소차협력금제 도입은 자동차 생산국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판매 규제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초래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자동차 소비에 따른 부담을 지우게 되고 소비자 후생과 선택권 제한, 소비자 구매질서 훼손 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대형 승용차의 구매부담금을 통해 전기차·경차의 보조금으로 활용 친환경차 구매자의 구매 부담을 줄인다는 제도 취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형차 소비 대신 친환경차 소비가 느는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에 대해서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평가결과를 무시한 채 감축효과가 적다고 명시하며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량까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해외 차량 브랜드와 경쟁에서는 스스로 기술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하면서도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은 경쟁력이 떨어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 지원으로 자동차 산업이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지원해 달라는 셈이다. 또 국내 자동차 산업은 중대형 위주로 경쟁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차량은 수요창출과 인프라 지원을 해줘야 상응하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가 반영될지 여부는 안갯속이다. 이미 국회통과는 물론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입법권한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만 가지고 있다. 지금 산업계의 요구는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관련법을 발의한 최봉홍 의원 측은 산업계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최봉홍 의원실은 “산업계의 행태는 국회 입법권한과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들의 행동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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