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도입 간이기술가치평가시스템(스타밸류) 논란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가치 평가에 활용하려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간이기술가치평가시스템(스타밸류)이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평가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데다 평가를 쉽게 만든 간이용으로 출연연 기술을 일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관료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15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및 업계 기술컨설턴트 등에 따르면 미래부는 KISTI가 개발한 출연연 R&D 성과물인 기술·특허의 가치를 평가하는 온라인 간이기술가치평가시스템(스타밸류 4.0)을 내년부터 대학 및 출연연 전체에 전면 도입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출연연 협업체제 구축을 위해 지난 달 말 ETRI, KIST, 생명공학연구원, 기계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을 기술성 평가기관으로 지정, 통보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신뢰성과 사용범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기술이전 전문가인 H씨는 “기술과 기업 간 매출이나 활용기술, 휴면기술 등에 대한 맵핑 DB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기관이 이 일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인용특허수명(CLT) 등도 이미 다 확정돼 있어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출연연에서는 같은 내용으로 같은 기능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기술가치평가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돌려본 결과 서로 판이한 평가등급이 나왔다는 지적도 내놨다. 기술이전을 위한 참고용일뿐 미래부가 말하는 단일 가치평가 체계구축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KISTI보다 먼저 개발, 운용하고 있는 KIAT 측은 “평가방법상의 교과서적인 로직은 서로 같지만, 그 시스템을 쓰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간이 평가 결과를 기술가치 평가 근거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스타밸류’를 대학 및 출연연이 사용하는 비용을 놓고도 비싸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현재 KISTI는 이 시스템을 쓰는 19개 기관에 3년간 사용료로 1000만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문항 질문식으로 돼 있는 기술기여도 산정과 파생매출 측정값 DB가 없는 시장규모 예측 등도 평가자 주관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 보다 정교한 방법론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간이’자가 붙은 스타밸류는 기술평가 참고용 수준인데, 이 평가시스템을 국무회의까지 올려 성과를 지나치게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놨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최근 “기술가치를 객관적으로 단일 수치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기술 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을 되레 입증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에 의한 기술가치 단일 평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내부 참고용이 아니라면, 이 시스템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한다면서 기술가치 평가에 추가비용까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은 기술이전받는 기업을 더 어렵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현우 KISTI 책임연구원은 “연구개발실용화재단에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수백 건의 평가에 활용했다”며 “대외용 가치평가는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하고, 이 시스템은 내부 특허 등을 관리하는데 활용하라고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월 미래부와 KISTI가 마련한 ‘기술가치평가 활성화 워크숍’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