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의 얼굴형이 수백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주먹다짐’ 때문에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얼굴을 때리는 주먹질 때문에 남성의 턱이 강해졌고, 손의 진화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게 골자다.
영국 가디언, 미국 메트로 등 주요 외신은 미국 유타대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9일에서 10일(현지시각) 사이 보도했다.
연구진이 400만~500만 년 전 살았던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골격을 조사한 결과, 인간 두개골은 주먹으로 인한 얼굴 부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특히 턱 부분이 갈수록 두껍고 강해졌다. 이런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전투에서 부상을 덜 입는 남성이 살아남아 진화했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턱과 달리 눈썹 부위는 퇴화가 이뤄졌다. 두개골이 싸움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캐리어 박사는 “인간은 싸울 때 기본적으로 얼굴을 노린다”며 “골절 확률 높은 부위는 초기 인류 진화 과정에서 급격히 강도가 높아진 부위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폭력은 턱뿐 아니라 손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굴뼈의 진화가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손의 진화는 ‘공격’을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초기 인류의 손가락은 지금보다 길고 유연했지만 진화 과정에서 짧아지고 손바닥도 모난 형태로 변했다. 우리 손은 주먹을 쥐고 상대를 때리기 적합한 형태로 변해왔다는 얘기다.
두 발로 걷는 유인원의 앞다리(팔) 크기 역시 관련 증거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유인원이 진화할수록 앞다리 크기가 커지고 싸움에 유리한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캐리어 박사는 “많은 유인원들의 해부학적 특성은 싸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런 골격 진화가 싸움과 무관하고, 더 큰 요인이 있다는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론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비평저널(Journal Biological Reviews)’ 6월호에 소개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