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펼쳐진 스마트 교육의 미래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교실이 기술 발전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제주도 교사들이 앞장서 미래 교육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컴퓨터의 연산 처리 기능인 `오토마타`를 보물섬을 찾는 게임을 통해 생각해보는 언플러그드 교육을 진행 중인 신제주초등학교 고형철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
컴퓨터의 연산 처리 기능인 `오토마타`를 보물섬을 찾는 게임을 통해 생각해보는 언플러그드 교육을 진행 중인 신제주초등학교 고형철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

14일 제주시 삼도1동에 위치한 국제교육정보원에서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과 제주국제교육정보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공동 주최하는 ‘스마트 에듀데이’가 개최됐다. 지난 1년여 동안 도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IT교육을 진행한 교사들이 공개시연에 나섰다. 이를 보려는 교사 100여명이 모였다. 정부에서 만든 스마트 교육용 교재 하나 없지만, 교사들이 스스로 교과목과 스마트 기기를 연구해 수업을 준비했다.

4학년 과학 교과 내용인 ‘지진과 화산’을 다룬 시범 수업이 시작됐다. “화산 폭발 그림이 마치 아이스크림 같아요.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겠어요?” 교사가 학생이 그린 그림을 클릭해 교실 앞 대형 TV 화면에 크게 띄웠다. 예전 같으면 학생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교사가 이를 거둬 일일이 칠판에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일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자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구글맵’에 화산 위치를 찾아 표시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음악 수업이 이어졌다. 미래 세대 음악 교육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수업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 대신에 전자음악의 기본인 ‘코드’를 알려줬다. 학생들은 앱스토어에서 ‘개러지밴드’ 앱을 받아 현장에서 간단히 전자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옆 교실에서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미술 수업이 이뤄졌다. 태블릿PC 위에서 종이로 만든 로켓이 튀어 오르자 그림을 그렸던 학생들, 지켜보던 교사도 함께 탄성을 질렀다.

김종우 제주대 교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만큼 중요한 게 ‘휴먼웨어’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정작 스마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역할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 2011년 컴퓨터과학 교육 연수를 목적으로 산학관 협력사업인 ‘창의적 IT 교실’ 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아 내용이 보다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가장 스마트 교육에 앞선 지역이다. 지난해 추진된 스마트 교육 기반 구축 사업으로 도내 160여개 초중등학교에 무선인터넷이 깔리고 스마트교실이 만들어졌다. 도내 모든 초중등 교사들이 스마트 IT교육 연수를 받았다. 전체 학급 수 6개 수준인 제주 신례초등학교도 스마트교육정책연구학교로 선정되면서 전 학생이 태블릿PC를 가지고 하루 1시간은 스마트 교육 수업을 받는다.

안재근 신례초등학교 교장은 “인프라보다도 교재나 서책에 얽매이지 않는 교사 스스로의 개방적 태도와 지속적 관심이 가장 중요했다”며 “읍면 지역의 작은 학교라 대도시에 비해 부족했던 문화체험활동 등을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가상·간접 체험할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제주=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