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8월 2주 이 후 휴가를 끝낸 직장인이 사무실과 공장으로 복귀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기간이다. 정부에서는 19일 전력수급대책 발표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까지 전력수급대책은 공급에 초점을 맞춰왔다.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발전설비를 확충하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9.15 대정전과 밀양 송전탑 사태를 거치면서 공급 중심의 수급대책은 더 이상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수급대책 무게중심이 수요 관리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발전 설비가 300만㎾가 늘었다. 고장 난 발전소도 적어 실제 공급 능력은 400만㎾ 증가했다. 원전 4기가 더 돌아가는 셈이다. 지난해 원전 3기가 하계 피크 때 부품 문제로 가동을 정지한 것과 분명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3주에 예비력이 190만㎾나 부족했다. 수요 예측치가 공급 능력을 앞선 것이다. 블랙아웃이다. 공급담당인 발전회사가 한계에 도달했다.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 수요관리는 한전 몫이다. 공급 예비력 기준인 450만㎾를 유지하려면 640만㎾를 수요관리로 확보해야 했고 블랙아웃은 없었다. 한전의 수요관리 프로그램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올해는 예비력이 300만㎾ 수준으로 전망된다. 수요관리량이 150만㎾로 부담이 줄었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사고는 예고가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서 수용가에 판매하는 회사다. 쉽게 말해 전기 판매 회사다. 여름철이 다가오면 한전 직원은 이상한 영업전선에 투입된다. 수용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기를 적게 써달라고 영업(?)하는 것이다. 지원금까지 주면서 말이다. 한전 지역사업소장이 부임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도 대용량 고객을 찾아가서 수요관리 사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수요관리사업은 고객 참여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의 영업력(?) 덕분에 지난달 기준 수요관리사업 참여 용량을 700㎿ 넘게 확보했다. 석탄화력발전소 1기를 넘는 규모를 수요관리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전의 수요관리 사업은 △지정기간 수요조정 △주간예고 수요조정 △민간공급능력 활용 △긴급절전 수요조정으로 나뉜다.
지정기간 수요조정은 여름철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때에 대규모 공장 등 대용량 수요처가 일정 기간 동안 전력사용을 줄이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은 기간별 전력사용량 측정과 원격검침이 가능한 산업용 고객이다. 11~12시, 13~17시 사이에 1시간 평균전력을 고객기준부하(CBL), 즉 평균 사용량보다 30% 이상 또는 3000㎾ 이상 줄이면 된다.
지원금은 여름철 집중 관리 기간에는 시간당 1㎾ 줄이는 데 130원, 관리기간과 준관리 기간에는 각각 120원, 110원이다. 하계 피크 때 2주일 동안 하루 2시간씩 3000㎾를 줄이면 1092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약정기간 동안 실제 이행률이 90% 이상이 돼야 한다. 50%까지는 차등 지급되고 미달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한전은 이달 중 고객홍보와 약정을 마치고 7월부터는 관리에 들어간다. 지원금은 피크 기간이 끝난 9~10월 사이에 지급된다. 주간예고 수요조정은 한전과 약정한 고객이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기간에 전력사용을 줄이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해당 기간은 공급예비력이 4500㎿ 이하로 떨어질 때 한전에서 따로 예고한다.
지원 대상은 고압 수용가 이상 자동원격검침이 가능해야 한다. 전력수요 급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30분 동안 고객기준부하보다 최저 5% 이상 또는 3000㎾ 이상 줄이는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금액은 당일 예고 때가 가장 많다. 시행예고는 최대 5일에서 3시간 이내까지 유동적이다. 1시간 동안 1㎾ 줄이는 데 900원이다. 하루 전에 예고하면 700원이고 5일 전은 340원이다. 지정기간 수요조정처럼 이행률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우선 시행 일시가 예고되면 신청량을 접수하고 해당 시간에 전력사용량을 줄인다. 실적확인 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전력거래소로부터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발전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민간공급능력 활용제도다. 일정 규모 이상 발전기를 보유한 구역전기사업자나 자가 상용발전기 등을 보유한 고객이 대상이다.
해당 고객이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전력생산을 요청하면 발전기를 추가로 가동하거나 출력을 높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추가 발전량은 해당시간 당일 발전량에서 해당시간 기준 발전량을 빼서 산정한다. 기준발전량은 최대, 최솟값을 제외한 3일간 평균발전량이다. 감축량 측정 기준은 주간예고와 같다.
지원 금액은 발전기 소용량 고객일수록 많다. ㎾h당 500원이다. 구역전기사업자나 발전기 용량 합계가 30만㎾ 이상인 대용량 고객은 350원을 지원받는다. 긴급 절전 수요조정은 전력수급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한전이 고객과 약정하고 예비력이 300만㎾ 미만으로 예측될 때 고객이 자율적으로 부하를 조절하면 지원금을 지급하고 불이행하면 위약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본 지원금이 있다는 점에서 이전 제도와 다르다. 위약금은 시간대별로 실제 이행률이 50% 미만이면 기본지원금의 1.5배를 내야 한다.
지원 대상은 최소 500㎾ 이상 감축 가능한 산업용·일반용·교육용 고압 고객으로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A형은 22.9㎸ 이상 전용 공급선로 고객으로 3000㎾ 이상 또는 고객기준부하의 20% 이상 감축이 가능한 고객이다. B형은 22.9㎸ 이하 일반 공급선로 고객으로 500㎾ 이상 감축이 가능해야 한다.
A형은 기본지원금이 연간 1㎾에 1000원이다. 줄일 때마다 실적지원금 명목으로 ㎾당 2500원을 받는다. B형은 기본지원금은 1㎾에 500원으로 적지만 실적지원금이 3000원으로 더 많다.
한전 관계자는 “수요관리가 약정한대로 이뤄지도록 자체 프로그램인 아이스마트(i-smart)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여름철 절전 참여 유도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단계별 조치사항 (예비전력 450만㎾ 이상 유지) ●한전 수행, ○ 타기관 수행>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