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자동차 부품기업 만도가 핵심 제품에 대해 신(新)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하면서 글로벌 경영에 청신호가 켜졌다.
만도는 국내 최초로 전자식 제동장치(ESC)와 전자식 조향장치(EPS)에 대해 독일 시험인증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인증을 획득했다고 16일 밝혔다. ESC와 EPS는 자동차에서 가장 안전과 밀접한 부품(ASIL-D 등급)이어서 인증받기가 극히 까다롭다. 만도는 전담팀을 꾸리고 3년이나 준비한 끝에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김승남 수석연구원(기능안전팀장)은 “경영진의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 개발부서의 적극적 참여가 없었다면 3년 만에 인증을 획득할 만한 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ISO 26262는 2011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식 도입한 자동차 분야 신국제표준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준수를 요구하는 필수 기준이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전기·전자 시스템이 안전하게 제작됐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만도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53%로, 다른 국내 자동차 부품사에 비해 내수 의존도가 적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 회사로, 이번 인증 획득으로 글로벌 경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신 만도 기술총괄사장은 “이번 인증획득은 BMW, 폴크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안전 요구사항을 만족함과 동시에 만도의 자동차 부품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예정인 제품에 대해서도 ISO 26262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교육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신 만도 사장 인터뷰
“이게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만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만난 김주신 사장(CTO)은 ISO 26262 인증 획득이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BMW나 폴크스바겐 등 유력 완성차 업체들은 ISO 26262 실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를 아예 부품 입찰에서 제외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에선 해외 완성차 업체와 일하는 부품사가 많지 않아 아직은 ISO 26262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인증은 기본일 뿐”이라며 꾸준한 실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봐주는 완성차 업체는 없다”며 “ISO 26262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검증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