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

[이사람]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

“10년 내 세계적인 연구그룹 2~3개가 탄생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소원’입니다.”

지난달 선임된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의 소박하지만 강건한 바람이다.

한 원장은 에둘러 표현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직선적으로 얘기를 풀어갔다. 주관과 소신이 뚜렷하다.

“이제는 ‘양에서 질로’ 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양적으로 본다면 일본 국립천문연구소 등과 대등한 수준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천문 분야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주저자로 된 논문 한편을 실은적이 없습니다.”

한 원장은 “임기 내 실적을 포장해 보여주기식 논문 편수나 얘기하는, 그런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처럼 얘기했다. 대신, 3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꾸준히 추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그룹을 만들 기반을 닦아 놓겠다는 것이 한 원장이 세워놓은 목표다.

“모든것을 다 잘할 수 없습니다. 인력이든 기술이든 배울 건 배우고 외부서 조달할 건 조달하자는 것입니다. 내부서도 상호 교류가 잘 안되면 안 되지요. 그게 오픈 이노베이션이고 그 시작점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원장은 내부협업 성공 케이스를 만든 사람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전도사로 불리는 유진녕 LG화학기술연구원장 예를 들었다. 유 원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다. ‘퍼스트 무버’가 된 셈이다.

한 원장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 연구과제는 크게 두 개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한국미세중력렌즈망원경 네트워크(KMTNet)로 외계행성 탐색연구를 진행하는 건과 태양우주환경 그룹의 태양풍 연구다.

“창조경제는 천문연구원 입장서 보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기관 본연의 임무인 순수지식을 창출하면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해야 하는 ‘시대적인’ 미션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과의 협력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며 속내도 털어놨다.

“지난 1990년대 말 보현산 천문대 책임자로 있으면서, 1.8m짜리 망원경 렌즈 알루미늄 코팅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당시 비용만 10억원이 넘어 결국 국산화하기로 하고 업체를 찾아 맡겼죠. 말이 협력이지 그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 원장은 그 일을 맡은 업체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 부도가 나긴 했지만, 결국 진공증착코팅기 국산화에 성공해 지금도 잘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업체와 협력은 기술과 기회를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기술개발 위험이 있더라도 국내 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이 동반성장이고 창조경제라는 얘기다.

“섬긴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자부심을 갖는 기관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기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주인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