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용 MOCVD 장비 업계, 가격 추락으로 `휘청`...신규투자 `감감무소식`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칩 핵심 생산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기(MOCVD) 가격이 4인치 웨이퍼 기준 10억원 안팎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많게는 세 배인 30억원에 달했다. LED 시장의 공급 과잉 사태로 칩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설비 투자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엑시트론·비코 등 주요 MOCVD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엑시트론 한국 지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코 역시 무리한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돼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MOCVD는 LED 공정 설비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장비다. 수년전만 하더라도 대당 20억~30억원 정도로 고가였다. 세계적으로 MOCVD 시장은 독일과 일본, 미국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독일 엑시트론과 미국 비코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150여대로 MOCVD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30여대가 엑시트론 장비다. LG이노텍은 140여대로, 80여대가 미국 비코 장비다. 다음으로 서울반도체가 8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선 LED용 MO CVD가 400여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MOCVD 업체들이 최근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신규 투자가 사라지면서 장비 가격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비 가격 하락은 LED 칩 가격 추락이 직접적 원인이다.

중국산 저가 LED 칩 공습으로 최근 미들파워급 LED 패키지 가격은 개당 50원, LED 칩 가격은 20~30원대 수준이다.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내려가자 국내 칩 제조업체들도 더 이상 설비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신규 투자 실종이 장기화되면서 MOCVD 업체들도 출혈 경쟁을 벌이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0억원대를 유지하던 4인치 웨이퍼 MOCVD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떨어져 근래 10억원 초반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 팔기도 어렵고, 가격이 너무 떨어져 팔고 싶지도 않는 심정”이라며 “설상가상으로 국내 업체들이 LED 칩 사업을 철수하려는 움직임이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고 털어놨다.

수년전 만해도 국내 LED MOCVD 보유 대수는 중국과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이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최근 역전됐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당분간 MOCVD 설비 투자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LED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면 장비 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