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의 작가가 슬라이드를 보며 강연을 경청한다. 주제는 ‘과학기술과 인간 정체성을 소재로 한 특이성(Singularity) 공상과학(SF) 소설 경향’이다.
강연이 끝나자 지질학, 천문학, 생명공학, 기계공학 등 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합류해 작가들과 토론한다. 과학 자문을 받은 작가들은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집필 일정을 조율했다.
국립과천과학관(관장 김선빈)은 ‘메디치 프로젝트’ 일환으로 SF 전문 소설가와 영화인의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과학관 지원을 받고 있는 단편영화 세 편이 올해 9월, 단편 여덟 편 이상이 실린 소설집이 내년 2월 공개될 예정이다.
소설 분야에는 10명의 작가가 참여 중이다. 대부분 국내 등단 경험이 있는 작가로 김이환, 박애진, 정명섭, 김보영 등 문학상 수상 작가도 눈에 띈다. 이들은 과천과학관과 교류하며 각자 작품을 다듬어 12월 중 집필을 마칠 예정이다. 소설집 주제는 ‘생명’이며 다양한 과학 분야 지식을 동원해 개성 있는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관과 작가 간 소통은 온라인 협업 페이지인 ‘무한상상위키’에서 이뤄진다. 과학관 측이 워크숍 내용을 정리해 업로드하면 작가가 의견을 남기고 다음 모임 주제와 일정에 의견이 반영된다. 작가와 작가, 작가와 과학과 간 의사소통 창구 역할도 한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이 달 13일 총 세 차례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과학관은 자체 영화 제작을 위해 전문 계약직 형태로 감독을 채용하기도 했다. 단편 ‘나’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김영수 감독을 영입해 영화 ‘파더(가제)’ 제작과 무한상상실 멘토링 업무를 맡겼다. 제작비 2000만원이 투입되는 파더는 오는 8월 제작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죽은 아버지가 로봇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한상상실 장비를 지원받는 동아방송예술대 영상제작과와 성북문화재단도 8월 완성을 목표로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동아방송예술대 영상제작과는 제작 과정에서 김 감독 지도도 받는다.
무한상상실 SF 스튜디오는 크로마키 촬영을 위한 블루스크린, HD급 카메라, 미니 지미집 장비 등을 갖췄다. 완성된 영화 세 편은 9월 개최되는 ‘SF 영상축제’에 초대작으로 출품된다.
유만선 과천과학관 연구사는 “과학자와 작가 간 지속적인 교류와 자문이 단기적 금전 지원보다 효과적”이라며 “단편집 출간 이후에도 과학도서 지정 등으로 유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