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한국중부발전은 국제 입찰로 수주한 첫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소를 성공적으로 준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건설부터 운영까지 독자적으로 해낸 것이다. 지난해 ‘아세안 콜 어워드2013’에서 3위를 수상하면서 석탄절감과 친환경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인증받았다. 최근에는 중소 협력업체가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는 데 지원하는 역할까지 해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전력의 10%를 담당하는 토종 발전 기술로 운영하는 ‘찌레본발전소’를 찾았다.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해안도시 찌레본. 기차역에서 내려 차로 한 30분을 가다보면 멀리 바닷가 쪽으로 굴뚝이 우뚝 솟았다. 찌레본발전소다.발전소 입구를 따라 야자수가 늘어섰다. 굴뚝이 아니었다면 발전소인지도 모를 뻔했다. 입구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사무동이, 저멀리 찌레본발전소 1기가 서있다. 발전소 용지가 부족해 붙여 지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발전소를 둘러보기 전 사무동에서 안전교육부터 받아야 한다. 현지 직원이 직접 안전화와 안전모 착용, 비상시 행동요령을 설명한다. 교육받은 대로 복장을 갖추고 발전소로 이동했다.
다가갈수록 웅장함은 한국의 것과 다르지 않다. 승강기를 타고 발전소 위에 올랐다. 바다 쪽으로 배수로가 보이지 않는 대신 해수담수화설비가 눈에 띈다. 발전소 열을 식힌 온배수를 바다로 내보내지 않고 여기서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증기를 만든다. 전량 재활용하는 것이다. 온배수 배출 ‘제로(0)’다. 온배수를 내보내지 않으니 인근 어민과 마찰도 없다. 마침 이 근처에 담수도 없으니 담수화설비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담수화설비 옆으로 저탄장이 있다. 해풍에 석탄이 마을 쪽으로 날릴까 펜스를 설치해 놓았다. 석탄은 저멀리 부두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실어온다. 부두로 가는 길이 무려 2㎞다. 물이 얕아서 배를 가까이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부둣길을 따라 왼쪽으로 함께 뻗은 파이프는 발전소 냉각에 필요한 바닷물을 끌어들인다.
저탄장 옆에 있는 물웅덩이는 회처리장이다. 한데 석탄재가 없다. 이 정도 규모면 하루에 나오는 석탄재만해도 10톤가량인데 깨끗하다. 해법은 재활용이다. 나오는 즉시 재활용 가능한 석탄재 6톤은 현지 시멘트 공장에 팔고, 2톤가량 바닥에 깔린 재도 함께 넘긴다.
자리를 옮겨 중앙제어실로 갔다. 제어실 내부는 생각보다 단출하다. 최신 시스템을 갖춘 덕이다. 5명의 현지인만으로 제어실이 돌아간다. 중부발전이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준 덕이다. 제어실 밖 터빈이나 보일러는 낯이 익다.
찌레본발전소는 중부발전 핵심발전소인 보령화력 7, 8호기와 쌍둥이라 할 정도로 닮았단다. 보일러는 똑같고 터빈이 조금 크다. 찌레본이 660㎿로 용량이 더 큰 탓이다. 운영 인력만 195명이다. 이 중 중부발전 직원은 이덕섭 발전소장을 비롯해 9명이다. 발전소 운영은 물론이고 정비까지 이들 9명 몫이다. 곽홍근 찌레본발전소 운영이사는 “인도네시아에서 ‘KOMIPO(한국중부발전)’가 갖는 위상은 어느 글로벌 기업 못지않다”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덕섭 인도네시아 찌레본발전소장
“찌레본발전소는 발전사 해외진출은 물론이고 국내 발전소 운영에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이덕섭 찌레본발전소장은 찌레본발전소를 새로운 발전 수출 해법으로 제시했다.
건설부터 운영까지 중부발전이 독자적으로 해냈다. 30년 운영권은 덤이다. 올해부터 30년간 순이익 100억원이 발생한다. 투자액은 7년이면 해결된다. 원가도 저렴해 언제나 가동 우선순위다. 인도네시아 전력청(PLN)의 신뢰가 높은 이유다.
온배수 배출과 회처리장이 없다는 것은 지역주민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이다. 이 소장은 “해수담수화설비와 안정적인 석탄재 판매로 갈등 요소 자체를 없앴다”며 “굴뚝을 기존 발전소보다 60m나 높은 215m로 지은 것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기환경 문제를 앞서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중소 협력업체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찌레본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을 국산화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들어오는 저급 제품을 전량 대체한다는 게 목표다. 이 소장은 “소모품 국산화는 신뢰성 있는 부품으로 오히려 찌레본발전소에 도움이 된다”며 “찌레본발전소 납품 실적으로 중소 협력업체가 인도네시아 전체 발전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찌레본(인도네시아)=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