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태희 전남대기술지주회사 대표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100미터 달리기로 예를 들자면 일반기업이 이미 스타트했을 때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운동화 끈을 매고 출발준비를 하는 단계라는 거죠.”

[인터뷰]오태희 전남대기술지주회사 대표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오태희 전남대기술지주회사 대표는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성공 포인트를 장기적인 안목과 꾸준한 투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기술지주회사가 30개 이상 늘어났지만 개점휴업 상태의 부실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현재 산학연협력 기술지주회사는 총 31개다. 2009년 8개에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8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새롭게 설립됐다. 자회사 숫자도 17개에서 145개까지 크게 증가했다. 대부분의 대학기술지주회사 대표는 산학협력단장이 겸직하고 있지만, 전남대와 강원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두 곳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오 대표는 “일반 기업은 소비자 성향과 시장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 맞춤형 R&D와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비해 대학은 원천기술 개발에 초첨을 두고 있다”며 “특히 대학이 정부지원 예산을 수주하기 위해 회사만 설립해 놓고 추가 투자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부실운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오 대표는 대기업 연구소와 벤처투자회사, 창업 등 20여년의 실전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아이템 기획부터 기술가치 평가, 자본금 유치, 마케팅, 특허 등 사업 전주기를 꿰뚫어보고 있다. 통상 1년여가 소요되는 대학기술기주회사를 준비하기 위해 개발자와 기획 단계부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술가치 평가를 하고 세부계획을 준비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매년 3개 이상의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이유다.

오 대표는 “기술지주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산학연관과의 인적·물적 네트워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학의 기술과 기업의 자본이 결합하는 ‘조인트 벤처’ 형태의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올해 가든플란트, 브이아이티시스템, 제이앤비, 벤텍프론티어 등 자회사 4곳을 연구소기업으로 등록했다. 작년까지 포함하면 전국 대학 중 가장 많은 총 6개의 연구소기업을 보유하게 됐다.

오 대표는 “이스라엘의 주요대학에서 운영 중인 기술지주회사가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성공요인임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대학기술지주회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설립 초기 특성상 지속적인 투자나 지원이 없으면 성장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대학이 갈 길은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사업화이고,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