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온라인 교육 전문업체로 나란히 문을 열었던 메가스터디와 크레듀가 설립 14년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정부의 사교육 억제정책과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국내 대표 이러닝기업의 운명을 바꿔놨다.
18일 기준 메가스터디의 시가총액은 약 3785억원, 크레듀는 약 36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메가스터디 매출액은 3168억원으로 크레듀의 3배 수준이다. 지난해 메가스터디의 영업이익은 502억원으로, 61억원을 기록한 크레듀의 8배가 넘는다. 실적은 여전히 메가스터디가 크레듀를 압도하지만 자본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는 비슷하다. 크레듀는 최대주주인 삼성SDS가 연내 상장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가 급상승한 반면, 메가스터디는 창업주 손주은 대표가 지분 매각방침을 알린 뒤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 7월 창업, 2004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지만, 성장 정체가 찾아왔다. 출산율이 줄어들고,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로 이른바 소수정예 ‘부티크학원’이 뜨면서 매출 성장 곡선이 꺾였다.
정부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EBS를 통한 무료 온라인 교육서비스와 수능 연계를 대폭 강화했다. 메가스터디의 가장 큰 매출은 고등부에서 나온다.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교육 시장을 열었지만 솔루션 개발보다 스타강사에만 집중하면서 3000억원대 기업으로 주저앉았다.
한 교육업계 임원은 “억대 스타강사 눈치를 보면서 정작 학생의 강의 피드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스타강사가 독립해 자체 사이트를 열어도 대응할 수 없는 차별화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나 비즈니스 솔루션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크레듀는 삼성의 벤처투자사업이었던 ‘e삼성’의 유일한 성공작으로 꼽힌다. 크레듀는 2000년 5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분사한 뒤 2006년 영어말하기시험 ‘오픽(OPIc)’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오픽 본사인 미국 LTI를 인수했다. 오픽이 삼성 계열사들의 입사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매출 비중도 전체의 30%까지 성장했다. 매출 절반은 삼성그룹을 비롯한 기업 직무 교육에서 벌어들인다.
이러닝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창업한 국내 이러닝 기업 대부분이 정부의 무료 교육 콘텐츠로 사업이 위축되거나 고용노동부의 교육비 환급사업에만 의존해 매출 정체를 겪고 있다”며 “크레듀는 삼성계열사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 및 금융·공공기관들의 직무교육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가스터디·크레듀 실적·기업가치 비교(단위:억원)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