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되면서 소재부품 시장의 계절적 주기가 바뀌고 있다.
과거 정보기술(IT) 관련 소재부품 업체들은 1분기 저점에서 시작해 2분기, 3분기까지 상승세를 그리다가 4분기에 소폭 둔화되는 실적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1분기·3분기 선전하고, 2·4분기 부진한 패턴으로 바뀌었다. 봄·가을에 주로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되면서 첫 달에만 판매량이 몰리고 이후 스마트폰 업체들이 강도 높은 재고조정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이달 들어 갤럭시S5 협력사에 소재부품 주문량을 지난달보다 30%가량 줄였다. 갤럭시S5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1100만대가 판매됐지만, 이후 급속도로 판매량이 줄어든 탓이다. 주요 이동통신사에 상당량의 유통 재고가 쌓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4 판매 부진 영향으로 사상 처음 스마트폰 중간 재고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도 야심작 갤럭시S5 판매량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중간 재고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주요 협력사들은 갤럭시S5 효과로 지난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 들어 생산라인 가동률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다른 점은 소재부품 협력사들이 어느 정도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 대비해왔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갤럭시노트4 출시 효과로 소재부품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좋아졌다가 4분기에 다시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1·3분기 호조, 2·4분기 부진 패턴은 당분간 소재부품 산업 계절적 수요의 특성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협력사들은 1·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2·4분기에는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대체 수요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수주가 몰리는 1·3분기에 생산라인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수요처가 나타날 때까지 이 같은 계절적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부품 산업에 투자하는 업체들도 1·3분기 실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전략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요 협력사 시가총액은 1분기 상승세를 그리다 2분기 들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3분기 갤럭시노트4 출시 기대 효과로 소재부품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소재부품 업체들이 들쭉날쭉한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는지 굉장히 중요하다”며 “생산 유연화 전략으로 고정비를 줄이든지, 비수기를 대비해 대체 수요처를 찾든지 여러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