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책임과 전문성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전년도 경영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임원 인사·직원 평가까지 반영하는 한편 전문성과 도덕성까지 강조됐다. 여기에 해양 선박 등 분야는 안전을, 에너지 분야는 국가 에너지안보 차원이 중점 다뤄졌다. 세월호 참사와 원전 사고 등에 따라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평가에 크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평가 강화로 부채 과다나 방만 경영 공공기관에 꼽힌 30개 중점관리대상 공기업의 지난해 성적은 형편없다. 전년도보다 평가등급이 오른 곳은 한국장학재단 등 4곳에 불과했다. 6개 기관은 전년 수준 유지, 20개 기관은 전년보다 하락했다. 이 중 에너지공기업 14개 중 8곳이 낙제점을 받아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공공기관 성적이 추락한 데에는 세월호와 각종 원전 사고로 국민 안전 관리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경영평가단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울산항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해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E등급을 부여했다. 인천항만공사 역시 항만 운용 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미흡하고 안전 관리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부족해 지난해보다 두 단계 낮은 C등급을 받았다. 예년보다 안전 관리 부분이 평가에 강조된 데다, 공기업들의 경영성과 자체가 부진해진 것도 성적 추락의 주요 원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부품 납품 비리에 이은 원전 정지 사태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D등급에서 E등급으로 떨어졌다.
어깨가 무거워진 공기업의 향후 경영활동은 실적위주 부채정리뿐 아니라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전문성과 인재관리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에너지공기업 역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매각이나 해외자원 개발의 통폐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자원개발 역할 조정은 부채감축은 물론이고 역량집중 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해외자원 탐사.개발 사업은 석유공사 중심으로 추진하고 가스공사는 탐사·개발 이후의 가스 생산과 도입, 국내 유통 중심으로 사업을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전 발전 자회사의 해외자원 개발사업 일부를 광물자원공사로 이관하는 작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