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협력금제 논의는 시행과 철회의 대결 구도가 아니었다. 올해 초만 해도 시행을 전제한 상황에서 보조금과 부담금 구간에 대한 설정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 환경정책연구원이 함께 실시한 연구도 관련 구간 설정을 위한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이 시행 유보를 제안했고 산업계도 여기에 가세해 제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고 시행하자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제 논란은 철회냐, 시행이냐로 굳어졌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유사제도를 통해 꾸준히 친환경 차량에 대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우리 업계는 내연기관에 이어 친환경 차량 부문에서도 조금씩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저탄소제 해외 비교 사례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언급되지만, 이외에도 싱가포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을 중심으로 유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CEVS로 불리는 협력금제도를 운용 중이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구간을 설정하고 보조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형태가 우리의 저탄소협력금제와 같다. 보조금과 부담금은 등록세를 상쇄·추가하는 형태로 부과된다. 싱가포르는 해당 제도를 올해 12월까지 1차 시행하고 이후 제도 효과성을 판단해 보완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2001년부터 탄소배출량에 따라 차량을 7단계로 구분하고 등록세 일부를 감면 추가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탄소배출량에 따라 등록세를 차등해서 부과하고 있다.
저탄소제는 벼랑 끝에 몰렸다. 계속되는 공세에 시행 강경입장을 내비쳤던 환경부는 최근 통합 보고결과를 보고 결정한다며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친 법안이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산업계 압력에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산업계는 건의서를 통해 저탄소제는 물론 국가 온실가스감축 정책 수정도 요구했다. 저탄소제 다음 타깃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저탄소제가 철회될 경우 다른 환경제도에 대한 연이은 철회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문제가 향후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준비는 비용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관련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환경적 편익이나 기상재해 예방에 따른 비용적 효과가 수치로 나오지 않다보니 투자에 따른 성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국가 감축 대상국이 되는 신기후체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할 경우 주요 선진국들의 무역제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중대형차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소비체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판매비중은 2012년 기준 67%로 절반이 넘는다. 일본 44%, 프랑스 17%, 독일 37%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대형차 위주의 소비문화는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저탄소제 논란과 관련 “통합 연구보고서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며 “친환경차량 시장 확대와 에너지사용 절감 등 제도의 영향이 산업 마이너스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점을 산업계와 협력부처에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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