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개선을 전제로 한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제도와 직접 연관된 전문가집단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 제도를 통해 중대형차 위주의 국내 자동차문화가 소형차·친환경차 전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친환경차 기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도를 연기할 필요는 없다는데 대다수가 공감했다. 반면에 제도 초기에는 부담금 보다는 지원금을 늘리는 등 시장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기차·친환경차보다 경차·소형차 소비 늘 것
완성차·전기차를 포함해 정유·중공업·전력분야에 정부와 산하기관·대학 등 6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집단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58.3%(35명)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찬성했다. 반면에 반대는 8.3%(5명)로 저조했고 ‘아직 시기상조다’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15%(9명), 18.4%(11명)로 집계됐다. 찬성과 반대를 제외하고 33%의 응답자가 이 제도에 대해 개선이나 시기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반 성인 남성 응답자와 달리 산업계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 위축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응답자 중 33.3%(20명)는 제도 도입으로 전기차·친환경차보다 경차·소형차가 늘어날 것을 예상했고 26.6%(16명)는 지금 시장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이유로 49%(29명)가 국내 자동차 이용문화가 친환경차·소형차 위주로 바뀌는 긍정적인 효과를 꼽았다. ‘친환경 조성에 기여한다’와 ‘제도 도입으로 국내 자동차업계가 전기차나 고효율·고연비 차량 등 친환경차 기술력 확보에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에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50%(9명)가 ‘친환경차 성능 불안과 전기차 충전인프라 부족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중대형차 위주의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축 우려와 대형차 가격 상승을 꼽은 응답자가 뒤를 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답했다.
◇제도에 따른 시장 충격 완화정책 필요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46.6%(28명)가 우리나라 친환경차 정책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숙한 환경규제 탓에 중대형차 소비가 높다’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25%(15명)가 ‘글로벌 트렌드와 상관없는 국내 업체 위주의 보호정책’을, 16.6%(10명)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 입장차로 인한 정책 혼선’을 문제점으로 답했다. 결국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지금 산업계와 정부 간 논쟁에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도의 실효성 검증 이전에 흔들리지 않은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시각이다.
아울러 ‘국내 업계의 친환경차 기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도를 연기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78%(47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시장에 대응할 있는 기술력 부족보다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전문가집단이 꼽은 제도 개선은 28%(15명)가 ‘전기차 등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차의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현행 전기차 보조금 지원과 충전기 보급을 계속해야 한다’와 ‘대국민 홍보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27%(14명), 21%(11)명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으로 대형차 가격 인상 요인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차 구매를 유도하기보다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실제 소비자를 고려한 대국민 홍보 정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량 간 가격 차이를 보조금 지원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외산차에 비해 불리한 국내 완성차의 판매량이 떨어질 것으로 고려해 대형차 부담금을 줄이는 등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