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전력 산업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솔루션’입니다.” 자이날 아리틴 인도네시아 전력청(PLN) 조달본부장은 “단순히 상품을 가져와서 쓰라는 방식으로는 인도네시아 전력시장을 뚫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아리틴 본부장이 말하는 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전력산업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경제개발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엔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리틴 본부장은 “한국 중소기업이 한전의 방식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환경을 이유로 석탄화력 발전소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확대했지만 석탄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부담이 컸다고 아리틴 본부장은 회상했다. 이에 한전은 LNG를 따로 수입하는 대신 부존량이 많은 석탄으로 합성천연가스(SNG)를 만들어 연료로 쓰라고 PLN에 제안한 것이다. PLN이 매료된 것은 물론이다. 당장 사업 검토에 들어가 경제성을 분석 중이다.
아리틴 본부장은 “몇 년 전에는 한 업체가 와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실제 설치하기도 했다”며 “기술이나 제품만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력사정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갖고 제시하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틴 본부장은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5000만 국민이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이를 위해 2021년까지 5만7000㎿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발전소 건설에 따른 전력생산 원가보다 전기요금이 낮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비용 회수가 힘들다. 정부보조금 투입이 계속 늘다보니 PLN이 자체 발전소를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자발전(IPP)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IPP 설비 비중은 44%지만 경제개발에 따라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자이날 본부장은 내다봤다.
하지만 무분별한 IPP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인도네시아가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중국 업체에 발주한 게 화근이었다. 발전소는 저렴하게 지었지만 잇따른 가동 정지와 고장으로 정전이 잦아졌다. 자이날 본부장은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1만㎿ 규모의 발전소가 부품 교체작업을 앞두고 있다”며 “개선이 아닌 혁신 솔루션을 갖춘 한국 업체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