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규모의 제 5차 전자여권 조달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5차 사업부터 조달 기관과 입찰 조건을 대폭 변경하는 등 전자여권 관련 시장 의견을 대폭 수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입찰 시 복수제품 제시라는 항목이 걸림돌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업계와 외교부에 따르면 ‘제5차 전자여권 e커버(Cover) 조달사업’이 공고돼 관련업계가 제안 작업에 나섰다. 5차 사업은 전자여권 e커버 300만장(600만권)을 구매한다. 금액으로는 300억원에 달한다.
5차 사업에서 외교부는 입찰기관을 기존 조폐공사에서 조달청으로 변경했다. 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 4월 말 본공고를 게시하고 내달 1일 마감할 예정이다. 8월 경 시제품을 공급받아 연내 공급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5차 입찰에서는 업계 의견을 대폭 수용, 입찰 과정에 변화를 도모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한 업체가 복수제품을 제안해 그 중 하나만을 선정하는 방식이었지만 5차부터는 제안되는 복수제품 2개 모두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복수제품 제안이라는 기본을 변하지 않았지만 관련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는 넓어 졌다”고 말했다.
또 시제품 제작 수량을 대폭 줄이고 입찰 관련 세부 평가기준과 선정 결과도 모두 공개키로 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복수제품 제안이라는 불합리한 입찰 조건으로 국내업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입찰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 K사는 손잡을 경쟁기업이 없어 복수 제품을 제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업수가 적은 데다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업체가 경쟁사에 제품을 공급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K사 측은 “한 공급업체가 불안하다면 조폐공사가 직접 복수 업체와 계약해 공급을 나눠받는 게 낫다”며 “제안 자체를 복수제품으로 하라는 것은 과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국산 SW를 우선 구매해야할 공공기관에서 아예 판로 개척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은 SW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맞지 않다”며 “특히 다른 SW프로젝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복수제품 제시 규정은 과도한 기준인 동시에 일종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자여권은 종이여권과 달리 신원 확인정보가 입력된 IC칩을 여권에 내재한다. 이를 통해 위변조를 방지하고 보안성도 높인다. 전 세계 70%이상의 국가가 여권을 전자여권으로 교체했다. 한국은 지난 2007년부터 전자여권 교체작업을 진행 중으로 관련 사업은 지금까지 4차에 걸친 입찰을 통해 진행됐다.
<전자여권 발행 실적>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