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도 IT 강국의 주역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국책 과제를 하는 사람들이 요즘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세간에서 이 분야 과제가 정보화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논란이 나온 게 원인입니다. 연구개발자들은 IT 발전을 이끈 주역이라고 자신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말문이 턱 막히더랍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발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정보통신 세상도 없었을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모바일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있어야 하고, 고해상도 비디오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필수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스마트폰과 LTE만이 IT인 것 같지만, 핵심 부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또한 IT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이랍니다.
○…중소기업에는 국책 과제 수주 하나도 월드컵
경기도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 중소기업 A사에는 국책 과제에 대비한 전담 회의실이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 지원 프로그램 도전을 준비하는 곳이죠. 회의실 벽면에는 해당 프로그램 자격 조건에 관한 A사의 부문별 지표가 기간별로 꼼꼼하게 적혀있습니다. 월 또는 주 단위로 지표를 체크하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될 수 있도록 ‘체력’을 갖춰나가는 것이죠. A사에겐 월드컵 못지않은 중요한 결전인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제조업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 좋겠지만 요즘처럼 힘든 시절 정부 지원 프로그램 하나라도 더 잡으려는 중소기업의 노력입니다.
○…부품업체가 유통업계 공략하기 쉬운 방법, 어디 없나요?
부품 업체인 B사 영업팀 직원들은 요새 매일같이 밤샘입니다. 사내 스터디 모임 때문인데요. 이 스터디가 외국어나 기술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랍니다. 이름하여 ‘유통 업체 공략하기’ 스터디. 업황이 악화되면서 회사가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일이 하필이면 유통 시장을 뚫는 것입니다. 부품 영업은 기술을 설명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유통업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요. 유통 쪽 고객이 기술에는 문외한인 것은 물론이고 관심도 없다고 하네요. 말이 통하질 않으니 영업이 될 리가 있겠습니까. 밤샘 스터디 모임까지 하면서 고객 공략 방법을 짜내고 있지만 퇴짜 맞기 일쑤랍니다.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나빠질 거라는 얘기가 도는 가운데 B사 직원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방법을 찾을 날이 오겠지요?
○…연사 섭외를 사후 통보로? 중국 OLED 콘퍼런스 ‘가관’
요즘 중국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세미나와 컨퍼런스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입장료가 무려 1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하네요. ‘OLED에 환장했다’고 표현할 정도랍니다. 열의만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한 디스플레이 업체 임원은 자신의 사무실에 날아온 콘퍼런스 팜플릿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연사 소개란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떡 하니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중국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어처구니 없이 사후 통보만 받은 셈이죠. 이 임원은 기분이 몹시 상해 연사로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행사를 빛낼 중요한 연사로 국내 전문가들을 모시고자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흥행몰이용’으로 이용당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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