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얼마 전 열린 아이폰 포토그래피 어워드 2014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는 얕잡아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십 수 년 전 대중화의 길을 걸었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사진 품질을 전문가급 카메라 수준으로 꾸준히 개선해왔던 것처럼 이젠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도 높은 사진 품질을 자랑하는 DSLR나 미러리스 카메라와 견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품질을 뽐낸다.

◇ 낡은 DSLR, 최신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필자는 제법 오랫동안 보도사진 현장에서 주력 카메라로 프레스 지향 DSLR 카메라를 써왔다. 캐논 EOS-1D MarkⅢ가 그것. 이젠 보급형 DSLR는 물론 대중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0만 화소 센서에 낡은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을 갖추고 있다.

당대 최강이라 할 수 있었던 10fps 연사 성능도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가 지원하는 버스트 촬영 기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심지어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 화소 수도 미치지 못하는 이 카메라를 그만 퇴역시키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편이 나을까?

답을 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판단하고 평가하는데 높은 화소수로 구현하는 뛰어난 사진 품질을 주로 거론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분야 사진을 담는지에 따라 이는 평가 요소의 단지 하나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스냅 화각으로 담아내는 정물이나 풍경이라면 절대적으로 결과물 품질을 두고 판단해도 된다. 이런 사진이라면 시간 흐름을 담아내는 작업에서라면 다른 얘기를 할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스냅에서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도 부족하지 않은 사진을 얼마든지 담아낸다.

아이폰4S로 담은 한강의 일몰이다. 정적인 정물이나 풍경을 담는데 있어 스마트폰은 이제 전문가용 카메라 버금가는 품질을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피사체가 움직이는 생명체 같은 것이라면 어떨까. DSLR나 미러리스와 대등한 수준으로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가 담아낼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아직은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들에게 가장 와닿고 쉽게 부각시킬 수 있는 사진 품질에 모든 발전 방향을 집중해왔기 때문에 급박하게 변하는 피사체를 추적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카메라 성능의 지향점으로 삼는 아이폰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 포토그래피 어워드 2014 수상작을 살펴보면 모두 정적인 피사체 혹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나 추적 능력에 구애받지 않는 프레임이다.
◇ 동적인 사진도 잡아내는 순발력, 비결은=그런데 최근 LG전자가 선보인 LG G3의 카메라 성능을 보면 이 문제도 지금 시점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지 그리 오래지 않아 격차를 극단적으로 줄여낼 수 있을 것 같다. G3이 지원하는 레이저 AF는 이전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의 AF 속도를 눈에 띄게 개선한 AF 성능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충분한 프레이밍 기술만 갖고 있다면 G3을 이용해 공중에 떠있는 나비나 벌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고 바람이 불고 있는 야외에서 나풀거리는 피사체를 근접 촬영할 수도 있다.
LG G3으로 찍은 사진. 통제할 수 없으면서 움직이는 피사체는 오로지 빠른 AF나 MF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선명한 곤충 공중 부양 사진은 당장 지금조차도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 담아내는 걸 상상하기도 어렵다.
역시 G3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극단적인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곤충은 아주 미세한 움직임과 망설임만으로도 촬영 기회를 주지 않는다. 빠르게 초점을 잡고 재빨리 담아내야 하므로 AF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좋아진 AF 성능은 스마트폰으로 흔히 마주하는 피사체를 담을 때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실내, 해진 뒤 자리 잡은 식당이나 카페의 침침한 조명은 스마트폰으로 일상적인 스냅을 담는 단골 배경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한 기술적 요소로는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이 가장 크지만 느린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을 줄여주는 OIS 기능과 함께 빠르고 정확한 AF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프레임 왼쪽 위의 밝은 부분이 있지만 이 사진의 초점은 오른쪽 아래 어두운 램프 형상에 있다. 강한 노출차 속 암부를 담을 때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의 AF는 종종 제대로 초점을 잡지 못해 사진을 망치곤 한다. 이에 비해 LG G3은 이런 환경에서도 제대로 사진을 잡아낸다.
다만 이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것이지 지금 당장 스마트폰이 전문가급 카메라가 강점으로 갖춘 초점 검출 능력이나 피사체 추적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제야 비로소 흔히 똑딱이라고 부르던 콤팩트 디카의 AF 성능을 넘어선 정도다. G3의 레이저 AF를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건 당장의 뛰어난 성능이 아니라 앞으로 기대할 만한 가능성이다.
◇ 초점 잡는 속도, 기존 스마트폰 비교 안 된다=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후하게 칭찬할만하다. G3은 기존 스마트폰과 견주면 초점 잡는 속도는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닐 만큼 빠르다. 샘플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통제할 수 없이 움직이는 피사체는 오직 빠른 AF나 MF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G3의 경우 샘플에 나오는 선명한 곤충 공중 부양 사진도 잘 잡아낸다.
물론 이것만큼이나 눈에 더 들어온 건 광량이 떨어졌을 때 초점을 검출해내냐 못하냐의 문제다. 그런데 그걸 잘 잡아낸다. 보통 스마트폰은 잘 못 잡는 정도가 아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거의 못 잡아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에 앞서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을 넣기 시작한 때부터 내장 카메라 기능을 개선하고 이를 상품 광고에 적극 이용해온 만큼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가 온전히 카메라로 활용하기에 부족한 점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있는 게 대단할 건 아닐 수 있다.
이미 내장 카메라가 300만 화소를 넘어선 시기 많은 사진작가가 핸드폰 내장 카메라로 사진 활동을 벌여왔고 이젠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대상으로 사진전까지 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전 속에서도 LG G3은 카메라 기능에 사진 품질 개선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개선점을 이끌어낸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전작과 똑같은 사진 품질을 갖췄지만 전작이 담지 못하는 사진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 레이저AF를 통한 AF 성능 개선이다. 이는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가 품고 있는 제약 사항 중 하나를 해제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를 대신해 손색없이 쓸 수 있는 조건 하나를 더 갖게 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장지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