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2.7%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오히려 3.6%나 줄었다. 지난 2011년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하며 무역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사실상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어렵게 이룬 ‘수출 코리아’의 명맥을 잇기는 힘들다.
국내총생산(GDP)에서도 삼성전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2위인 현대차의 무려 3배나 된다. 주식 시장 의존도는 더욱 심각하다. 아무리 다른 업종의 주가가 올라도 삼성 주가가 떨어지면 코스피 지수는 하락한다. 코스피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주에 의존하는 수준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증시 불변의 법칙으로 통용될 정도다. 특히 앞으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등이 상장하면 삼성그룹주의 증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만 놓고 보더라도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스마트폰이 포함된 IT/모바일(IM)사업부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다른 사업부들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하락했다. 그 결과 IM사업부가 전체 영업이익 8조4800억원 가운데 6조4300억원을 기록해, 무려 75.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65% 수준이었다. 때문에 IM사업부가 부진하면 삼성전자 전체가 흔들리고, 국내 산업 전반에도 여파가 만만치 않다.
국내 제조업 생산 비중 가운데 반도체 등 전자부품 업종의 비중이 35% 수준이다. 즉 삼성전자 IM사업부가 기침하면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독감에 걸리는 ‘아킬레스건’ 구조다.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의존도가 높은 협력사들은 더욱 치명적이다.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국내 한 부품 협력사는 최근 삼성전자와의 ‘거래 절벽’ 현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2분기 들어 주문량이 급감했고, 삼성전자가 매주 생산 계획을 변경하면서 회사 전체가 위기 상황에 놓였다. 또 다른 협력사들도 이런 ‘삼성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 찾기에 갖가지 노력을 쏟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마련이 시급할뿐더러 국가적으로도 균형 잡힌 산업 경쟁력, 업종별 다변화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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