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산업기술전인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인더스트리(Industry)4.0’이었다. 미래 산업의 중심축이 될 인더스트리4.0과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에 대한 청사진과 다양한 최신 기술이 소개돼 관람객은 제품 설계부터 생산 계획, 운영 및 전 단계에 걸친 서비스 제공이 ‘제조업의 미래(Future of Manufacturing)’라는 개념 아래 어떻게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제조업 발전 역사는 18세기 제1차 산업혁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많은 일은 증기기관 발명에 힘입어 기계로 대체됐다. 20세기 초 제2차 산업혁명은 자동화로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고, 제3차 산업혁명은 지난 수 십년 동안 제조 공정 자동화를 위한 전자시스템과 컴퓨터 기술 발전으로 진행돼 왔다.
현재 우리는 제조업의 새로운 단계를 열어 갈 제4차 산업혁명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통 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공장에서 하나의 단일 플랫폼 위에 생산 기기와 제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해 모든 생산 과정이 최적화돼 운영될 것이다.
생산 시설의 지능화는 기계, 제품, 부품 등에 내장된 소형 프로세서, 저장장치, 센서, 발신기뿐 아니라 데이터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스마트 툴(Tool)과 새로운 소프트웨어(SW)로 가능하다.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제품과 기계는 상호 소통하고 명령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신제품의 출시 시간을 줄여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과 같은 국가는 제조업 강화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꾀하고 더 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더스트리4.0’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약 2억유로의 예산까지 책정했다. 독일 국가과학위원회는 인더스트리4.0이 독일의 산업 생산성을 30%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이들 국가에 비해 새로운 제조 혁명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뒤처져 있는 듯하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OD)가 2010년 지표를 기준으로 발표한 ‘2012~2013년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제조업 경쟁력 4위를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도 28%로 세계 2위 수준이다.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과 IT 강국의 명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제조업의 미래를 적극 받아들이는 한편, 지속적 경제 성장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 제조업에 걸맞은 혁신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선도 기업은 앞으로 제조업 혁신의 80% 이상이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경쟁 우위를 결합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유연성 있는 개별, 맞춤형 생산 체계가 구축되고 지속적인 가치 창출과 성장이 동반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하는 제조업의 미래이다.
귄터 클롭쉬 한국지멘스 인더스트리부문 총괄대표 guenther.klopsch@siem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