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를 기점으로 재난대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재난에 대응하고 대비하는 데 IT의 역할에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미래모임은 지난 18일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안전사회, 이제는 IT가 나서야 한다’를 주제로 6월 정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존 재난대응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IT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동시에 재난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석자
주제발표: 김계조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장
패널토론: 이종국 재난안전연구원 재난정보연구실장
이현태 목원대학교 방재정보통신지역혁신센터 센터장(교수)
황민정 SK C&C 글로벌 사업팀장
사회: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스마트러닝 산업지원센터장
◇주제발표
김계조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장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재난관리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현장대응 중심의 재난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계획수립과, 사전점검, 물자관리 등 재난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재난관리체계강화 등 사회안전망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과제에서도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유비쿼터스형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IT를 활용한 국가 재난안정망’구축이라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예기치 못한 대규모 재난이 증가 추세다. 사회적 재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2차 피해와 국가적 위기를 야기하는 재난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기존 시스템에는 일부 문제가 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대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재난조직 이원화에 따른 총괄·조정기능을 약화돼 행정체계상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부처 간 협조가 미흡했고 순환보직, 재난훈련 기피 등으로 전문성도 부족하다.
김 국장은 “자연재난은 매년 일어나 이에 대한 대응이 원활한 데 반해 세월호 사고는 10년 만에 한번 일어나는 사회적 재난으로 이에 대한 평소 대응훈련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모든 재난 처리는 예방-대비-대응-복구 순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대비를 잘 못한다는 것이다. ‘대응’을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대비’업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국가안전처에서도 앞으로 ‘대비’업무에 무게비중을 둬야 한다.
이에 따른 새로운 국가 재난관리시스템 구축방안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난관리 메커니즘 체제를 고려해 조직을 재설계할 방침이다. 안전관리와 재난관리를 두 축으로 조직을 구성, 국가안전처를 신설키로 했다. 소관부처별 분산된 안전규제 기능을 일원화하고 재난관리 메커니즘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
재난관리 협업체계도 구축한다. 자연·사회재난 유형에 관계없이 부처별 고유기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다. 전문성을 갖춘 중앙사고 수습본부 기능을 강화한다. 신속한 재난수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는 “재난예방과 대비를 각 부처가 맡기 때문에 재난 발생 시 통합이 어렵다”며 “재난 대응 매뉴얼만 하더라도 유형별로 3000개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장 대응 중심의 재난관리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다양한 재난현장의 기관과 개인별 역할분담과 권한부여 지침마련이 필요하다. 재난관리책임기관별로 분산 관리하는 보유자원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견제·균형 원칙에 따른 안전관리체계구축과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특히 재난안전관리 BPR·ISP결과 보완활용과 관련 R&D추진 등 IT기술을 융합한 재난관리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
그는 “재난에 있어 대응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응보다는 대비가 중요하며 나눠진 것들을 어떻게 총괄조정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재난관리시스템에서 담당하는 IT 역할도 크다. 현재 15개 재난관리 정보시스템과 14개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복구계획수립시스템(NDMS)이 있다. 주택·농경지 등 사유시설과 도로 등 공공시설 피해조사와 복구계획을 수립한다. 모바일 피해조사시스템은 재난 현장에서 피해물량·위치·사진 등을 입력, 현장조사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인다. 재해구호물자관리시스템은 구호물자 현황 실시간 파악과 재고관리를 지원한다.
특히 공학적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난관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홍수·지진 등 재난 시 피해규모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복구분야 우주인 시스템을 예측·분석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재난대응 지원시스템으로 확대·강화키로 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의사소통 과 상호작용을 도모하고 홈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각종 콘텐츠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국가안전처 신설 후 BPR·ISP를 거쳐 재난안전 분야 IT전략계획을 보완할 계획”이라며 “재난손실·기후변화 분석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토론
패널토론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적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현태 목원대학교 방재정보통신지역혁신센터 센터장은 재난 현장 지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 현장에서 큰 규모의 일은 소방방재청 같은 곳에서 잘 처리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항상 허점이 존재한다”며 “현장의 작은 사안에 대한 연구와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성안전’이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실제로 안전해야 할 대상이 어떻게 안전할지를 알아야 안전하다는 개념이다. 교육과 함께 해당 사람에게 정보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감성안전을 달성할 수 있다.
동시에 재난 분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변안전 분야는 수요가 있어 관련 시장도 규모가 있다. 반면 소방분야는 시장 열악해 좋은 제품 만들 환경자체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IT기술 접목해 지능화하더라도 이를 받아줄 시장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국 재난안전연구원 재난정보연구실장은 경험 있는 관리자나 책임 있는 공문원이 재난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은 재난으로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지만 경험만으로 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교육과 매뉴얼 등 체계적 습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 재난에 있어 경험을 전수하고 해결방법을 교육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 교육구조에 대한 개선도 주장했다. ‘재난IT학과’와 같은 과를 만들어 학교에서부터 재난과 IT를 함께 공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난 당하는 당사자는 국민인데 시스템은 정부가 운영하는 형태”라며 “국가안전처는 바텀업 형식의 국민 재난 맞춤형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정 SK C&C 글로벌 사업팀장은 지방의 재난 전문가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현장에는 재난 업무를 안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며 “1년 지나면 담당자도 바뀌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복합재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 힘들어 이에 대한 대응방안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난분야 글로벌 시장진출도 고려할 시기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 표준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시장만 바라보지 말고 표준 등에 관심가지고 세계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며 “재난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이 없어 수출 경쟁력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난 분야도 체계적으로 투자하면 가능성 있다며 기초 원천기술 분야에 개발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