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등장으로 PC에서 밀려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셋톱박스, TV, 게임콘솔 등과 결합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PVR(개인용 디지털 비디오 녹화장치)와 스마트 기능의 활성화 덕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시작된 1TB HDD의 가격 하락세가 최근 10만원 전후에서 형성되며, 데이터 저장에서 스마트홈 시스템의 주요 저장공간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대용량 콘텐츠 저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500GB 제품이 주로 쓰였으나 HDD 가격 하락과 풀HD(1080p)급 콘텐츠의 보편화와 초고화질(UHD) 4K(2160p)의 확산으로 1TB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셋톱박스 업계는 경쟁적으로 1TB HDD를 내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휴맥스는 지난해 출시한 IP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DTR-T1010에 1TB HDD를 내장해 PVR 기능을 지원하고 있고,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1TB 셋톱박스를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홈싱크’에 1TB HDD를 내장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진영도 잇따라 500GB HDD를 내장한 PVR 셋톱박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휴맥스 관계자는 “콘텐츠 용량의 대형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원가 하락으로 셋톱박스의 HDD 용량도 500GB에서 TB급으로 대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유료방송의 주문형비디오(VoD)가 있지만 대부분 유료 서비스라 PVR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기기에 부착된 HDD를 고용량으로 교체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LG전자가 2000년대 중후반 ‘타임머신’ 브랜드로 출시한 PVR TV는 대부분이 100GB 전후 용량의 HDD를 내장하고 있어 노후화와 용량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HDD 교체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에서는 정식 AS를 거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자가 교체 경험담도 소개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TV로는 외장 HDD를 USB로 연결해 PVR로 쓸 수 있다.
게임콘솔도 HDD 대용량화에 동참했다. 2005년 출시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3는 초기 20·60GB 모델이 출시됐으나, 2012년 500GB 모델이 등장했다. 지난해 출시된 PS4는 500GB를 기본으로 출시됐으며 1TB 이상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게임 그래픽 사양이 높아지며 저장 데이터 용량도 커진데다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을 담아 즐기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후의 아날로그식 저장매체’로 불리는 HDD의 영향력은 대체 시장에 힘입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SD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같은 용량의 HDD보다 10배 이상 비싸 TB급 대용량 매체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컴퓨포캐스트도 지난해 265억달러였던 HDD 시장규모가 2018년 229억달러로 13%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