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이 대다수다.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해왔으며 어느새 우리 기업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우리 수준을 넘어섰다. 낮은 임금과 폭넓은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 기업의 추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중국 기업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신시장을 빨리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기업 단독으로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버겁지만 중국기업이 동참한다면 신시장을 여는 게 훨씬 용이하다.
TV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온 초고화질(UHD) TV는 중국업계가 시장을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에 이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다수의 기업이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내놓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UHD TV 시장을 열었다. 시장조사업체가 UHD TV 시장 전망을 대폭 상향할 정도로 중국 업계의 분발은 신시장을 여는 데 기여했다.
우리가 중국기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기술과 품질이다. 그들보다 한 단계, 많게는 두세 단계 앞서야 한다. 중국 기업의 빠른 추격을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리며 앞서 나가야 한다. 특히 품질 자부심을 유지해야 한다. 확실히 우리보다 한수 떨어진다는 것을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V업계 한 임원은 “중국 TV업계가 많이 추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 측면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이 점은 소비자가 먼저 인정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도 좋은 사례다. 꿈의 화질을 구현한다는 OLED TV의 핵심인 OLED 패널은 아직 중국업체가 넘보지 못한다. 우리 기업은 곡면 풀HD OLED TV를 출시한 데 이어 이르면 3분기에는 UHD O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업체도 따라오고 있다. 우리 기업과 비교해 1년가량 늦은 4월부터 몇몇 중국업계가 OLED TV를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TV 핵심인 OLED 패널을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 중국업계도 OLED 패널 개발에 착수했지만 2~3년 후에나 대화면 TV용 패널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핵심 부품인 패널을 우리가 공급하는 만큼 중국업계가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고 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OLED TV 가격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적정 마진을 유지하며 공급한다면 과거와 같은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다.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 이미지는 매우 좋아졌다. 과거 ‘그저 그렇다’는 평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믿고 신뢰하며 구매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많은 기업에 신시장 개척의 좋은 기회가 된다. 세계 시장 접근이 그만큼 쉬워졌다. 최근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와 사물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한다면 한국산 프리미엄 이미지와 함께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튀는 아이디어로 해외 시장을 노크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무역정보통합포털을 대폭 개선했다. 무역 관련 34개 기관에 산재한 해외시장 정보를 통합·분류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무역정보서비스(TradeNAVI)’를 제공한다. 각국의 수출 정보와 규제, 통계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받는다. 정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유럽 주요국 가전시장 현황, 주거환경, 매장 등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현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자금력이 딸린 중소 가전업체가 DB를 활용해 현지에 특화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올해도 전자신문은 다양한 분야에서 품질우수 제품을 선정했다. 꾸준한 R&D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들이다. 또 앞으로 시장 잠재력이 큰 20여개 추천 상품도 선정했다. 지능형화재감지 CCTV, 빅데이터 기반의 통합로그관리 제품, 네트워크고속복사솔루션, 무선비상알람시스템 등 다양하다. 누구나 한번쯤 필요성을 인식했던 제품으로 고객의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준다. 이들은 앞으로의 기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좋은 제품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