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갈등 도화선이 된 셜리 위 추이 IBM대표가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게 보낸 메일이 본지 독점으로 공개됐다. 유닉스 교체와 관련 구체적인 할인금액과 담당 임원과의 협력기구 상설까지 제안한 내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23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한국IBM 대표 셜리 위 추이가 보낸 메일은 ‘행장님 안녕하십니까? 한국IBM대표이사 셜리 위 추이입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메일에서 위 추이 대표는 “IBM은 새로운 솔루션 제안을 1540억원(계약기간: 2014년 7월 1일부터 2020년 7월 31일, 부가세 포함)에 준비하였습니다. 이는 유닉스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서, 폐사가 2013년 11월에 제안드렸던 OIO 금액인 1870억원(계약기간: 2013년 11월 1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보다 훨씬 더 낮은 금액”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IBM의 메인프레임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귀행의 임원들과 IBM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들과의 협력기구 상설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 비공개 메일은 4월 14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이 유닉스 전환과 관련 산정된 비용은 약 2000억원이다. IBM이 2013년 최종 제안 대비 10% 정도 줄여서 은행장에게 제안한 것이 골자다.
실제 국민은행 주전산 입찰에 참여한 HP는 1998억원, 히다치는 1999억원을 써서 낸 것으로 확인됐다. IBM은 이보다 약 400억원을 낮춘 금액으로 조건을 맞추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KB와 보안 전문가는 IBM이 메일에 산정한 금액은 스토리지 증설 비용 등이 누락된 것이며, IT전산을 잘 모르는 임원진을 회유하기 위한 제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추이 IBM 대표가 보낸 메일 시점은 ‘주전산기 기종 결정 협의회(스티어링 커미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KB금융측은 지난 6개월간 제안 활동에 참여하지 않다가 유닉스보다 약간 낮은 금액으로 제안한 점 등을 들어 내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업계 판단이다.
KB국민은행 내부에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 외에 이번 주전산기 교체 갈등을 주도한 인물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KB국민은행 이사회를 비롯 해당 부서는 IBM이 3차례에 걸친 유닉스와의 가격 경쟁에서 실패해놓고, 뒤늦게 행장에게 메일을 보내 입찰 기회를 다시 달라고 하는 건 명백한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IBM과 이건호 행장 사이에 이음새 역할을 한 인물로 국민은행 CISO인 김모 상무가 떠올랐다. IBM이사 상무와 이사 출신으로 이건호 행장이 지난해 8월 직접 선임한 인물이다.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상무가 CISO를 맡고 있지만, 제품 구매 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며 “KB국민은행의 주요 전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김 상무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가 IBM과 국민은행을 연결시킨 인물로 거론되는 이유는 IBM이 제시한 가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민은행에서 유닉스 사업을 결정하는 시점에서 IBM의 제안을 수용해 재입찰할 경우, 수개월의 기간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 7월 유닉스 전환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라며 “만일 유닉스를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IBM의 추가비용 지급이 불가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이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IBM과 한국IBM을 공정거래법의 위반으로 당국에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측은 “여러 정황을 검토한 결과 한국IBM 및 IBM의 가격정책이 독점 이윤의 추구를 위해 사회적 후생을 가로막는 시장폐해를 일으켰다”며 “이러한 위법성을 심사받아보고자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당국에 신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이사가 지난 4월 14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보낸 이메일 전문

행장님, 안녕하십니까? 한국IBM 대표이사 셜리 위 추이입니다.
여러가지로 매우 바쁘신 관계로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메일로 새로운 제안을 말씀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40여년간 귀행의 파트너로서의 쌓은 경험과 현재 운용하고 있는 차세대 시스템의 구축 프로젝트 주사업자로써 현재 검토되고 계시는 스마트사이징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투자비용 측면과 비즈니스 리스크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0년 오픈 이후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은행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리호스팅 방식을 통하여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접근방식에는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는 프로젝트 리스크와 운용상의 리스크, 신규 시스템 안정화 및 보안 관련 리스크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신규 애플리케이션 및 혁신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쓰여져야 할 시간이 낭비되는 것도 포함될 것입니다.
투자, 비용 측면에서 ‘리호스팅’ 방식을 통해서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안과 ‘현재의 계정계 시스템’을 그대로 운용하시는 방안 사이에 차이가 없다면, 현재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계시는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시면서 IT가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에 더욱 매진하도록 하시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IBM은 새로운 솔루션 제안을 1,540억원 (계약기간: 2014년7월1일부터 2020년7월31일. 부가세 포함)에 준비 하였습니다. 이는 귀사가 현 계정계 시스템을 계속 운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규모를 더욱 절감 하실 수 있으며 Unix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서, 폐사가 2013년11월에 제안드렸던 OIO 제안 금액인 1,870억원(계약기간: 2013년11일1일부터 2020년7월31일까지. 부가세 포함)보다도 훨씬 더 낮은 가격입니다. IBM은 견실한 기술적 인프라스터럭쳐를 갖춘 본 솔루션이 귀사의 요건을 고려하였을 때, “Re-hosting Unix” 방안 대비 적은 리스크로 해소시켜 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직접 찾아뵐 기회를 주시면 찾아뵙고 설명드리겠습니다.
금년은 KB가 사용하고 계시는 System (메인프레임)의 탄생 50주년이며, IT 전문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 발표에 따르면 메인프레임은 향후 10년간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될 플랫폼입니다. 새계 50대 은행 중에 49개 은행이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133개 은행 중에 지방은행 9개를 제외한 전 은행이, 중국의 경우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 은행 전부가 IBM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메인프레임은 개방형 기술 표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폐사는 IBM의 메인프레임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귀행의 임원들과 IBM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임원들과의 협력기구의 상설을 제안드립니다. 특히 폐사의 클라우드 및 개방형 시스템에 대한 개발에 있어 귀 행이 조언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폐사는 귀사가 상기 요소들을 고려하여 Smart Sizing Project에 대한 결정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폐사의 경쟁력 있는 TCO와 함께 폐사는 귀사가 안정된 Infrastructure 및 귀사가 시장에서 더욱더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요건 들을 해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귀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상기 요소들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귀행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