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자본시장 발전 처방에 크게 실망했다. 부진한 업황의 탈출구가 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평가다.
24일 증권업계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파생상품 시장 발전방안’의 실효성이 낮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파생상품 발전의 핵심 사안인 △코스피200 선물·옵션 거래 승수 인하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 완화 △코스피200 선물 미니 상품 △옵션 매수 전용 계좌 부활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위의 은행의 장내 파생상품 거래 인가 계획에도 ‘증권업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이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파생상품 연구원은 “시장 운영의 자율성 확대는 시장 상황에 대응코자 금융위의 권한 일부를 거래소로 이양한 셈이지만 너무 세부적인 관계로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을 활성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면 ‘지수 선물·옵션의 승수 인하’가 절실한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새 파생상품 시장의 상장과 투자자 건전화 의지에는 점수를 주겠지만 코스피200 선물의 미니 상품과 옵션 승수 인하 등 시장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파생상품 거래량을 2년 새 세계 1위에서 9위로 추락시킨 결정적 요소에 대한 대안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증권업계는 최근 몇년새 이뤄진 금융당국 조치가 파생상품 거래량을 1년 만에 반토막 내고 2년새 세계 1위에서 9위 국가로 추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2012년 ELW LP 호가를 제한하면서 ELW 시장이 고사했고, 같은 해 옵션 거래승수 단위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인 이후 거래량은 급강하했다.
금융위가 시장참여자 제도 정비책으로 내놓은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도 시장 침체의 또 다른 원인이 될 것으로 봤다. 심 연구원은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부를 했다고 선물옵션 매매를 잘 하는 것은 아니며 선물시장의 유동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 감소를 예측했다. 또 “옵션 매매가 1년간의 선물 거래 이후에야 가능해져 옵션 시장이 최소 1년간 개인 투자자 진입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장내 파생상품 거래 인가 논란도 이어진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 회원사들은 은행의 진입이 시장 크기를 키운다고 생각치 않으며 선물사 타격이 불가피 하다고 본다”며 “한국거래소 주주인 증권사가 수천억원 비용을 부담한 인프라를 은행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데 대한 불만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특화 영역을 은행에 준 것인데 여·수신, 카드 업무에 펀드까지 파는 은행이 한 창구에서 파생상품 판매까지 한다면 투자 상담 질이 떨어져 소비자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쟁점인 거래 승수 변경이나 ELW 규제가 제한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의 참여인데 일반 투자자 확대가 파생상품 시장 방향에 적합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증권사의 반발을 샀지만 은행업권은 반기는 파생상품 시장 발전안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표]금융위의 ‘파생상품 시장 발전방안’ 주요 사안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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