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개시설이 미비해 농업용수 보급에 어려움을 격는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자전거가 효자노릇을 한다. 자전거에 로프를 연결해 페달을 밟으면 지하 깊은 곳의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전거 활용 로프펌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로프펌프는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지식재산(IP) 나눔사업’으로 개발해 현지에 보급 중이다.
#아프리카 차드에서도 우리 IP가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돕는데 활용되고 있다. 목재와 숯을 주연료로 사용하지만 벌목금지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지 주민들에게 사탕수수 찌꺼기로 숯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했다. 차드에서 사탕수수 찌꺼기는 버려지는 자원이었다.
23일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 등에 따르면 특허나 발명 등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적정기술’을 저개발국 등에 지원하는 ‘따뜻한 기술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지역사회의 환경과 문화, 사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고안된 기술이다. 구현 및 유지가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현지에 꼭 필요한 기술이 주를 이룬다.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이 손쉽게 물을 운반하도록 돕는 도넛 모양의 물통 ‘큐드럼’이 대표적인 적정기술 제품이다.
특허청과 발명진흥회는 잠자고 있는 IP를 활용, 저개발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적정기술 보급사업 ‘지식재산 나눔사업’을 2009년부터 전개하고 있다. 현지 조사 및 국제 네트워크로 개도국 현지 애로사항을 수렴해 특허문헌 중 필요한 분야별 적정기술을 도출, 시제품 제작 지원 및 기술 현지화 작업을 실시 중이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차드에 조리용 숯 제조기술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에 가정용 정수기, 네팔에 단열 대나무 주택과 흙벽돌, 과테말라에 조리용 스토브 등을 개발해 보급했다. 파푸아뉴기니에 공급한 로프펌프 역시 자전거를 분해할 필요가 없고 효율이 좋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물, 식량, 수로, 관개 등 생계 문제를 해결하고 쉽게 제작·관리할 수 있어 실질적 도움이 되는 셈이다.
엄태민 특허청 다자기구팀장은 “단순한 물질적 도움이 아니라 지식을 제공해 저개발 국가의 자립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IP 활용 적정기술은 한층 성숙된 나눔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은 이 같은 IP 활용 적정기술 개발 우수 사례와 국제 동향, 발전방향 등을 논의하는 ‘APEC-특허청 적정기술 콘퍼런스’를 오는 7월 2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개최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